책갈피 끈은 단순히 페이지를 기억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방금 읽은 문장속 풍경 속으로,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들어가 보라고 이끄는 길잡이였다.
<난 아무것도 아끼지 않아.
내가 사는 곳. 매일 여닫는 문.
빌어먹을 내 삶을 아끼지 않아.
이를 악문 그 숫자들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 숫자를 날카로운 송곳으로 적었을 그 누군가의, 그 순간의 느낌이 문장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전 세입자의 신경질적인 행동이 날카롭게 씌여진 숫자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하… 어쩜 문장을 이렇게 선명한 그림처럼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엔 느낌이 있다. 무심한 행동에도 표정은 숨어 있다. 우린 얼마나 자주, 그걸 잊고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