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머리가 지끈, 미간이 꽈악 찡그려진다.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슨 신이 저리도 나는지,
김대리, 곽주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본인의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생방송하고 있다.
지금 저들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일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고" 있는 것일까?
말하는 사람은 확실히 즐거워 보이는데
듣는 사람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즐겁지는 않더라도 관심은 가는 내용일까?
도움은 되는 내용일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말을 아끼자'
어느 때부터인지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가 조심스러웠다.
'이 말을 해도 되나?'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생각하려나?'
'나의 조언이 진정 도움은 될까?'
'그래, 나를 찾아와서 물을 때만 대답해 주자'
이미 꼰대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심각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노력하고자 했다.
'꼭 필요한 말만 간략하게 하자' 다짐을 했고
사무실에서 말수가 확실히 줄었다.
사무실에서의 나의 말수는 나의 근속 연수와 반비례하여 점점 줄어가고 있다.
그리고 업무 관련 내용이 아니면 젊은이들에게 따로 질문하지 않는다.
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해서는 질문 금지!
처음에는 내가 젊은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눈치를 1도 안 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눈치라기보다는
'서로 편한 대화가 아니면 하지 말자'라는 결심 때문이었다.
나의 신입시절을 회상해 보면
상사와의 대화 중 도움이 되고 즐거웠던 경우는 5% 미만,
그 외에는 일방적으로 내가 경청하는 시간이었다.
[네에~ 네에~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명심하겠습니다]를
보여주기 위한 단답형과 고개 끄덕끄덕 체스처
지금의 내가 직장 선배가 되어 젊은 직원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과거의 나와 같다.
그들이 동기와 대화 나눌 때의 표정, 목소리 톤, 리액션은
그들이 상사와 대화 나눌 때의 표정, 목소리 톤, 리액션은 확연히 다르다.
대화가 즐거우면 길게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상사의 말이 끝나면 바로 자리를 뜬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유튜브에서 한 꼬마가 엄마에게 말한다.
"존중 좀 해주세요~ 존주웅~"
그렇다.
나이, 직급을 떠나 "존중"이 필요하다.
대화하고 싶을 때 대화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오늘도 꼭 필요한 말만 하자.
말을 아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