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동료와 점심을 먹고 난 후 늘 그렇듯 카페에 간다.
커피광이 아니어도.
카페인에 예민해서 몇 모금 마시고 버릴 것이 뻔해도.
내가 밥을 사면, 후배는 "그럼 제가 커피 살게요" 한다. (아직도 더치가 자연스럽지 않아서 후배동료와 밥을 먹을 때면 밥값을 내가 계산한다)
난 그다지 커피생각이 없지만 "그래"라고 대답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뜨아를 선택하는 이유는
1. 카페에서 가장 저렴하고,
2. 어차피 한두 모금 마시고 버릴 거고
3. 내가 밥값을 냈으니 차를 사야 상대의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커피까지 내가 사도 감사합니다 하고 잘 마시는 후배도 종종 있다)
이렇게 이유만 놓고 보면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은 하나 없어 보이는데도 정해진 절차처럼 커피를 마시는 까닭은 사회생활을 하느라이다.
세대차이로 후배직원들은 내가 불편하고 나도 그들이 편치 않다.(후배의 생각은 나의 추측이고 난 불편하다) 하지만 한 사무실에서 한 팀으로 근무하면서 가끔 밥 한 번씩은 먹으면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통의 관계를 형성하는 적당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거나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걸으며 그냥저냥 얘기를 나눠본다. 나중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
몇 모금 마신 커피는 사무실 책상에 계속 놓여있다 식어가고 퇴근 무렵이면 휴게실 싱크대에 버린다.
나에게 커피는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불하는 수단이다. 관계 형성을 위한 매개체. 사회생활에 필요한 물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