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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공부로부터의 깨달음 2

토익 도전 이야기 3

by 티라미수

토익 공부 시작한 셋째 날 저녁.

어제 못다 한 RC DAY2를 펼쳤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다. DAY1부터 DAY2까지의 내용을 복습했다. 아이들에게 항상 복습을 강조해 왔던 나였다. 망각의 곡선을 언급하며 누적 복습을 하라고 말해왔었다. 그렇다면 나도 실천해야지. DAY1 리스닝을 play 했다. 들리는 것도 있고 들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분명 첫날 마스터했다 생각했는데 당황스러웠다. 외워야 할 단어장에 적어둔 단어도 다시 보니 뜻이 기억나지 않았다. 나의 뇌세포는 모두 사망했단 말인가. 그럼 어쩔 수 없네. 다시 외우자. 그래서 DAY3를 시작하지 않고 DAY1과 2 복습에 집중했다. 마치고 나니 11시. 휴우.. 하루에 LC와 RC의 DAY 하나씩을 20일 동안 완성한다는 계획은 그렇게 무너졌다. 진행해 보니 불가능했다.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 8시 30분부터 11시. 총 2시간 30분. 앞으로 어떡하나 싶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3일 동안 날마다 공부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로 변경했다.


예전부터 영어를 잘하지 못하였고, 특히 LC는 더 못했는데, 이제는 PART1부터 PART7부터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LC PART1 음성 파일을 듣고 있는데 지나가던 첫째가 "엄마, 토익이 이렇게 쉬운 거야?. 문장이 왜 이리 간단해?" 한마디 하고 지나갔다. 또 다른 어느 날, RC PART7 문제를 풀고 있을 때 나란히 앉아 숙제하던 둘째가 "엄마, 나도 한번 풀어봐도 돼?" 하더니 지문의 몇 문장을 독해해보고 나서 "오, 나도 할 수 있네" 한마디 하고 씩 웃었다. 그래, 내가 아이들보다 실력이 낮다는 것은 팩트다. 부끄럽고 잔인하지만 인정하는 수밖에. 나의 자존심 낮아진 게 뭐 대수겠는가. 나의 실력은 앞으로 쌓아가면 되니까. 한편으로 아이들의 자신감이 올라갔으니 좋은 일이었다.


하루는 첫째가 "엄마, 공부 잘 돼가?" 물었다. "아니.... 너무 안 들려... 엄마가 예전부터 듣기를 잘 못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하니까 더 안 들려...(의기소침)" "계속 듣다 보면 들려. 걱정하지 마" 하고 위로해 주었다.

또 하루는 둘째가 "엄마, 공부해?", "응", "왜?", "영어를 못해서", "그렇구나", "왜 물어봐?", "엄마가 공부하니까 신기해서", "단어가 너무 안 외워져서 괴로워. 엄마 머릿속에 왕지우개가 들어있나 봐" "하하하하, 걱정 마. 잘 안 외워질 때도 있고 잘 외워질 때도 있어. 하다 보면 어느 날 외워질 거야"하고 나를 다독여주었다.


날마다 나는 괴로워하고 불안해하고, 아이들은 그런 나를 격려해 주었다. 당초 계획했던 의도에는 전혀 없던 모습이었다. 내가 이 정도의 수준일 것이라고는 이 정도로 힘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나의 멋진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자극받을 거라는 드라마틱한 상상만 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상황이 되었다. 이걸 부작용이라고 해야 하나.. 득템이라고 해야 하나.. 약을 만들었는데 부작용이 발생되었고 그 부작용을 활용하여 뜻밖에 다른 효능을 가진 약을 개발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반성도 되었다.

아이들은 공부로 괴롭고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이렇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데 그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그렇지 못했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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