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향기 Aug 17. 2022

EIDF2022ㅣ클로즈업 아이콘ㅣ자화상

Lene Marie Fossen, SELVPORTRETT

EIDF2022 클로즈업 아이콘 섹션은 각 분야별 거장들의 생애와 가치관을 조명합니다. 7명의 아이콘들 중에서 저는 ‘레네 마리 포슨’의 삶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자화상은 EIDF 2022 작품 중 D-BOX에 선공개되었습니다. 거식증 사진작가 레네 마리 포슨의 거룩한 예술작품을 다큐멘터리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감독은 마그레트 올린, 카챠 회그셋이고, 2020년 노르웨이 작품으로 상영시간은 78분입니다.


주인공 레네는 어릴 적부터 늘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합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고요. 자신에게 기대치가 높고 완벽해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니 마음속이 많이 어둡고 고통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관대하지 못하고 굉장히 엄격한 성향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음식을 덜 먹기 시작하니 불안과 슬픔, 고통이 덜 느껴져 열 살 때 거식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영양 보충 음료만 섭취했다고 합니다.


거식증은 느리게 자살하는 것이고
 나치가 몸속을 다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레네는 거식증에 대해서 ‘느리게 자살하는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마치 수녀처럼 자신 안에 틀어박혀서 살았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지만 그 이유는 본인도 모릅니다. 엄격한 틀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자신의 병이 모든 걸 결정하고 감옥에 갇힌 느낌에 지시받은 일을 하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병이 시키는 일 때문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자신의 몸속을 ‘나치’가 다스리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레네의 사진은
내면이 외향으로 드러난 느낌을 준다


레네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이로 남아 있고 싶었습니다. 사진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을 붙잡고 싶어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사진이 순간을 영원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분쟁이 생기면 언제나 아이들이 희생된다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진에 담아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에 아이들을 특히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레네는 인물 사진의 매력이 사람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데, 주름 사이와 머리카락, 흉터, 눈에 나타나는 표정, 눈 주변의 그늘 모든 곳에 이야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레네가 찍은 자화상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레네의 사진은 굉장히 강렬합니다. 한 번 보면 잘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레네의 사진에는 빛과 어두움이 공존했습니다. 레네는 푸르스름한 그늘과 천장을 뚫고 들어오는 빛에 반하기도 했습니다. 십자가도 자주 등장하고요. 레네는 자신의 내면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레네는 자신의 내면이 엄청난 두려움과 분노, 슬픔이 들어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어떤 상자에 가둬 놓고 있는데 그 상자를 열었다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겁이 났다고 합니다.


레네의 사진에는 이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었습니다. 레네의 자화상 사진은 외향을 찍었지만 레네의 내면이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배경은 레네의 불안한 마음을 잘 보여주고, 메마른 몸에 자신의 얼굴을 감싸거나 쳐다보는 눈빛에서는 기쁨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희미한 빛이나 십자가는 작게나마 희망을 품어보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18년간 아프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나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하니 고통받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레네는 삶과 죽음, 불안과 희망의 경계에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레네의 꿈은 자신의 사진 작품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2017년 ‘노르딕 라이트 국제 사진전’에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레네는 기분이 좋았을까요? 사람들은 레네의 작품에 감동했고, 안아주며 위로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길을 가려는 여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마는 레네. 그녀의 말처럼 인생은 뜻대로 안 되고 무언가가 꼬이기도 합니다. 희망을 가졌던 레네에게 찾아온 사고는 그녀에게 절망적이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었을 때 그녀도 같이 영상을 본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레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레네가 뭘 원하는지 물어본 첫 사람은 '하세 리나에' 의사 선생님.


선생님은 페이지를 반으로 나눠 한쪽엔 ''이라고 쓰게 하고, 병의 이름을 지으라고 하였니다. 레네는 '바보'라고 썼고 선생님은 다른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쓰게 하였니다. 레네가 병보다  존재라는 점을 가르침을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거식증을 비롯한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보다  자신이 마음을  다스려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선한 행동이 세상을 구한다

선생님의 묘비명에는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 '선한 행동이 세상을 구한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공감이 는 문구이 이런 가르침이 레네에게도 스며들어 그녀의 사진 작품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위로를 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상적인 대사를 꼽는다면?


축복이란 게 모든 일이 항상 잘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홀로 걸어가게 두지 않는다는 약속에 좀 더 가깝죠.



#EIDF #dbox #자화상 #레네마리포슨 #거식증 #섭식장애 #사진 #절망 #희망 #클로즈업아이콘 #노르웨이 #마그레트올린 #카챠회그셋 #에스펜월린


https://dbox.ebs.co.kr/dbox/movie/view/1148


https://www.lenemariefossen.com/


https://m.youtube.com/watch?list=PL5-As8H7YkjSwzkDQDhr4tdrp6RVyJCkt&v=1oWFCkcdmZI&feature=youtu.be










작가의 이전글 새끼 고양이들과 종려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