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을, 다정한 사람을 몹시도 사랑한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부터,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항상 동일하게 대답했었다.
'다정한 사람이요!'
당황스러웠던 것은 항상 뒤따라오는 질문이었다.
'다정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뭐예요?'
나에게는 '다정'이라는 것이 마치 고유명사 같아서,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했었다.
하지만 몇 번의 같은 질문을 받고 나니, '다정'에 어떤
구체적인 정의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정 1(多情)
정이 많음. 또는 정분이 두터움.
표준국어대사전에 정의된 '다정'의 의미는 위와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다정'은,
어떤 행동보다는 '묻어남'의 영역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모든 다정한 사람들은,
목소리에 다정을 더하고,
손끝에 다정을 더하고,
눈빛에 다정을 더한다.
다정하게 행동하려고 다짐하고 마음먹지 않아도
모든 순간들에서 다정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것이다.
그런 다정함을 마주하면, 너무나 소중해서
마지막 한 톨의 다정함도 놓치지 않고 긁어모아서
백지 위에 차곡차곡 펼쳐보고 싶어진다.
나에게 다정의 다른 이름은 관심이다.
상대방이 궁금하고, 걱정되고, 소중한 마음이 커져서
도저히 멈출 수 없이 흘러나왔을 때,
그 마음의 조각들이 다정함으로 변형된다.
다정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떠올려본다.
어떤 사람의 세계 안에 들어섰을 때,
안전하다는 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의 불안정함, 두려움, 슬픔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할 수 없는 포근함에 잠식되는 그런 순간들.
그 중심에는 여전히 다정함이라는 뿌리가 있었다.
한 사람이 가진 특유의 기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다정함은 학습과 체득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의 수만큼, 그만큼의 다정함이 있을 것이다.
내 다정함이 누군가에게 당도했을 때
선물 같은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온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다정함을 빚어본다.
홀로 유영하던 나의 다정이 무사히 그 사람에게
닿는다면,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