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차디차게 불던 날.
점심을 먹고 걷기를 결심한 나는,
잠시 고뇌에 잠긴다.
출근길에 이미 뼛속까지 추웠다는 걸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잠깐,
아주 잠깐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지?'
핑계는 참, 날씨보다 빠르게 떠오른다.
그때, 머리를 툭 치고 지나가는
얄미운 문장 하나.
“하고자 하면 이유를 찾고,
하지 않으려면 핑계를 찾는다.”
그런데 꼭 이럴 때만
기막히게 떠오르는 문장들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땐 좀 나의 뇌가 얄밉다.
이 문장이 떠오른 이상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게 됐다.
그래서 결국
못 먹어도 GO.
나가자.
춥다. 그래도 나간다.
핑계는 접어두고, 그냥 한다.
나와의 약속 아닌가.
오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세상이 박수 치지 않아도.
잘했다. 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