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옷 속으로 스며들 때,
비로소 겨울의 온도가 몸에 와닿는다.
땅은 바짝 마르고,
하늘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나무들은 추위를 견디느라 색마저
내려놓은 채 조용히 서 있다.
이 계절을 살아내는 생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겨울을 건너고 있겠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따뜻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지면서도,
이처럼 평범한 겨울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겠다는 생각이 마음을 스친다.
예전에 보았던, 일조량과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다룬 기사가 떠오른다.
빛이 줄어들면, 사람의 마음도 함께
어두워진다는 이야기였다.
오늘의 하늘은 회색이다.
그래서인지 마음도, 시선도 흐릿하다.
마치 런던의 안갯속 하루를 걷는 것처럼.
하지만 이런 날의 느낌 역시
외면하지 않고 품어야 할 나의 일부다.
밝은 날만이 나를 설명하지는 않으니까.
회색의 하루 또한, 분명히 나의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