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함께 일하던 동료가 직장을 떠났다.
시간으로만 치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숨을 나누며 지낸
날들이었으니 마음의 길이는 결코 짧지 않았다.
그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책’이 생각난다.
휴게 시간이면 망설임 없이 도서관으로 향하던 사람.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돌아와, 마치 오늘의 전리품인 양
책을 내려놓던 모습.
직업으로 사서를 하면 꼭 어울리겠다 싶을 만큼,
책과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떠나는 날, 편지 두 장과 필사본 세 장을 내게 건넸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bye”를 말했다.
그 짧은 인사 속에 얼마나 많은 마음이 담겨 있었을까.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별다른 일도 없고, 어제와 오늘이,
내일도 비슷할 것 같은 제 생활이
다른 이름으로는 ‘행복’이었네요.”
내가 동료에게 늘 단단함과 여유로운 모습이 보기 좋아요. 라고 했기에...
나는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별일 없는 하루.
크게 웃을 일도, 크게 울 일도 없는 반복되는 시간들.
우리는 종종 그것을 ‘지루함’이라 부르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을 ‘행복’이라 이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또 내게 말했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조금은 가지라고.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쉼 없이 달려가는
모습이 멋져 보이지만,
아주 쪼끔
정말 아주 쪼끔
걱정이 된다고.
나는 그 말이
누군가가 나의 열심을 인정해 주면서도
동시에 나의 쉼을 염려해 준다는 것.
그건 참 다정한 시선이었다.
그녀는 나태주 시인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의
한 구절을 필사해 건넸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문장처럼,
그녀의 작별도 조용했다.
요란하지 않았고, 과장되지도 않았다.
그저 차분히, 자신의 다음 계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손편지는 이상하게도 시간을 붙잡는다.
휴대폰 속 메시지는 스르르 밀려 사라지지만,
종이에 눌러쓴 글씨는 남는다.
글자의 눌림, 잉크의 번짐,
잠시 멈췄다 이어 쓴 흔적까지.
그 모든 것이 마음의 결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지다고 느끼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건 돈으로 산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나를 생각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책 냄새가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오늘,
조금은 천천히 걸어볼까 생각한다.
어쩌면
별다를 것 없는 나의 하루도
이미 다른 이름으로는
‘행복’일지 모르니까.
굿바이 정s 보고 싶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