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늘 “새해니까”로 시작한다.
마치 인생이 리셋 버튼이라도 누른 듯이.
2월은 “설이 있었잖아” 하며 넘어간다.
떡국을 두 그릇이나 먹었으니
한 살도 두 살쯤 더 먹은 기분으로 관대해진다.
3월은 “새학기잖아”라며 또 한 번 숨을 고른다.
아이들만 새 출발을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덩달아 분주한 척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달 그럴듯한 명분 하나씩을 들고
슬쩍 미루기의 기술을 연마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시작이다.
달력 탓도 못 하고
명절 탓도 못 하고
누구의 학기 탓도 못 한다.
달은 이미 3월.
꽃은 핑계를 대지 않는다.
때가 되면 그냥 핀다.
나도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