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덩어리

by 담빛노트

모순 덩어리라는 이름은,

처음엔 가볍게 붙인 상사의 별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은 농담이 아니라,

내 하루를 지독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되었다.


완벽을 말하는 사람.

정확함을 요구하는 사람.

그리고 그 기준을, 매 순간 바꾸는 사람.

이미 끝난 일에도 다시 선을 긋고,

지나간 문장에도 쉼표를 옮기며,

결정된 방향조차 다시 의심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은 결론을 향해

여러 번 출발해야 하는 사람 처럼.

모든 결정권은 그에게 있다.


그러나 그 결정에 이르는 길은

유난히 길고,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결정하지 못하는 시간 동안

나는 계속해서 움직인다.


다시 만들고, 다시 고치고, 다시 맞춘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이 내려지는 순간,

남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지나가는 동안 닳아버린 나의 시간과

설명할 수 없는 피로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정확함이 없는 일에 정확을 요구하는 것은

과연 ‘능력’일까, 아니면 ‘불안’일까.


완벽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흔들리는 기준은

사람을 성장시키기보다

지치게 만든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가는 방식을 선택한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답을 쥐려는 태도는

결국 아무도 곁에 남기지 못한다.


사람이 떠나는 데에는

아주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작은 피로가 쌓이고,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반복될 때,

그저 조용히 멀어질 뿐이다.


당신 옆에 사람이 없는 이유.

그건 우연이 아니다.

당신의 방식이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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