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게 열린 하늘
아무 일 없다는 듯
피어 있는 꽃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성난 먹구름
말없이
고요히 빛나는 달
그 모든 순간이
인생이었다
기쁘던 날도
무너질 것 같던 날도
아무 일 없던 날까지도
돌이켜보면
다 지나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는 날을 막지 않고
가는 날을 붙잡지 않은 채
그저
이 모든 날이
나의 날임을 알고
조용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