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졸업 시즌이다.
우리집 아이 역시 아이티를 벗어버리고,
청소년이라는 이름의 한 걸음을 내딛는다.
졸업장을 받을 때,
화면에는 아이의 장래희망과 졸업 한마디가 함께 띄워졌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아이가 정말 이렇게 말했나?’
마음을 정면으로 두드리는 문장이었다.
“즐거웠어.
한 걸음 나아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나는 아직도 이 아이를
장난만 치고,
머리에 귀여운 핀을 꽂고 다니는
어린아이로만 여기고 있었는데,
저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이미 자라고 있었다는 사실이
엄마인 나에게는 새삼스럽고,
조금은 미안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장래희망을
보는 일은 참 재미있다.
돈 많은 백수, 유튜버, 아이돌, 작곡가
우리 때의 ‘선생님, 과학자, 대통령’ 같은
정형화된 꿈들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아이들의 언어도 달라졌다.
학부모 회장님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한 문장에
나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창피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울컥, 눈물이 났다.
그 말은 축하가 아니라
지난 시간에 대한 조용한 인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졸업은 늘 이런 말들로
마무리된다.
잘 지내라는 말,
또 만나자는 말,
즐거웠다는 말.
생각해보면,
이별의 순간에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건
그 시간 속에 분명
좋은 만남이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좋은 만남은
떠날 때를 원망하지 않게 하고,
좋은 헤어짐은
다시 만날 날을 두렵지 않게 만든다.”
담빛 노트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만나고, 수없이 헤어진다.
그 모든 관계가 오래 남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조금은 아쉬운 작별을 건넬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 만나도 반갑다.
그게, 어른이 되는 일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