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기

60대 마라토너의 삶과 노트

by 현도현

[프롤로그]


처음 운동화를 신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내가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을지, 언제 포기하게 될지, 그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삶이 너무 무거웠고, 나는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지 어느새 18년이 되었습니다. 젊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저는 여전히 달리고 있습니다.

달리기는 저에게 운동이라기보다는 삶이었습니다. 달리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에게 진실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달리고 싶지 않은 날도 많았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면서 별생각 없이 하늘을 본 날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 짐을 내려놓고 온 날도 있었습니다. 길 위에는 기록도, 경쟁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오늘’을 버티고 지나가는 데 충분했습니다. 내 삶이었으니까요.


기쁨이 있을 때도, 마음이 무너질 때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조차 길 위에서 나는 다시 일어났습니다. 달리기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끝까지 멈추지 않는 꾸준함입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저는 달리면서 제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뛰어난 기록을 가진 사람이 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마라톤 선수 출신도 아니고 스포츠 과학자도 아닙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한 소시민의 삶의 이야기를 달리면서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쉬고, 다치고, 다시 시작하는 평범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기록입니다.

혹시 당신도 달리기를 망설이나요? 혹은 달리기를 멈춘 채 시간이 흘렀나요? 다시 일어서십시오.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잠시 멈춘 시간은 괜찮습니다. 다시 운동화 끈을 묶어보세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우리의 페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달리기와 삶의 조화를 에지 있게 꾸며 갈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오늘도 저는 천천히 달립니다. 잠깐 걸어도 괜찮고,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지난 18년 동안 조금씩 깨달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제 당신에게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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