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각사각, 나는 도각도각

같은 것을 다르게 사랑한 우리 이야기

by 린새


나에겐 15년 지기 친구가 있다.
참 오래되었다.
우리는 참 다른 듯 같았다.


둘 다 키보드를 참 좋아했지만,

세세한 취향은 달랐다.

나는 하얗고 연한 색을 좋아했고,

그 애는 어둡고 짙은 색을 좋아했다.

나는 도각도각,

그 애는 사각사각.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같은 것을 사랑했다.


우리는 잦은 연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몇 달 연락이 끊기다가도,

“뭐 해?” 한마디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연결됐다.

그래도 어색함 한 줌 없었다.

한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해도 편안한 사이.

1년을 못 봐도,

마치 한 시간 전에 헤어졌던 사람처럼 익숙한 사이.


서로 감정의 온도가 비슷했다.

그래서 좋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이런 질문을 본 적 있다.

“100억과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100억이 있어도 그 애가 곁에 없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며칠을 곰곰이 생각했지만,

나는 100억을 고를 수 없었다.

그만큼 그 애는 내게 소중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종 연인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건 에로스적인 사랑과는 다르다.

나는 그 애를

인생의 동반자로서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늙어서도

옆집에 살자고 약속했었다.

한 집이 아니라

굳이 ‘옆집’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각자의 공간, 각자의 시간이

서로에게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15년 동안

단 한 번도 다투지 않으며,

서로를 존중하며 지내왔다.

지금도 우리는

비슷한 온도로,

조용히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너는 사각사각, 나는 도각도각.

우리는 서로 다른 키를 누르며, 같은 마음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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