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반응을 벗어난 아이는 낯설다.”
아이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아이였다.
다만 조금 더 일찍, 감정과 거리를 두는 법을 배웠을 뿐.
요즘 들어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지?’ 생각하는 날이 잦아졌다.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그 시절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서.
나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다.
내가 느끼는 것들을 입 밖으로 꺼내기엔, 그것들은 늘 너무 벅차고 무거웠다.
어쩔 땐 내 위로 쏟아지는 감정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겨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늘자 말수가 줄었다.
말수가 줄자 차분해졌고, 차분해진 내게 어른들은 말했다.
“애답지 않다.”
애답다는 건 뭘까.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 즐거우면 즐겁다 말하고, 슬프면 슬프다 말하는 것.
그런 감정표현들이 '정상'이라면,나는 그 기준에서 살짝 비켜난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감정을 숨기며 내가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만의 견고한 집을 지었다.
그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듯, 감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느끼기엔 너무 벅찼기에,나는 감정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점점 감정 표현마저 줄어들었다.
“냉정하다.” “정이 없다.”
그맘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상처가 없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것이다.
하지만 그건 울타리에 살짝 스친 정도였고 금세 아무는 흉터처럼, 오래 가지는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어른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가 '아이답기를' 기대한다.
보편적인 모습, 익숙한 반응.
하지만 그 틀에서 어긋난 아이는왠지 모르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진다.
읽히지 않는 표정. 예측할 수 없는 말투. 그리고 그 안에서 생기는 막연한 불안감.
나는 이제 안다.
나이답지 않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아이는 이상한게 아니라, 그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든 문을 굳게 걸어 잠갔을 뿐이라는 걸.
누구도 자신을 해치지 못하도록,상처주지 못하도록.
아주 조용하게,그러나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