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끔, 나를 사라지게 하거나 상대방을 없앤다.
나는 타인과의 감정 거리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랑하면서도 도망치는 마음, 녹지 않기 위해 멀어지는 감정. 그건 마치 얼음과 불 같았다.
얼음을 사랑한 불의 이야기
조그만 불이 있었다. 불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기 때문에 늘 혼자였다. 외롭고 슬펐지만, 그만큼 뜨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은 투명하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 투명한 몸에, 자신이 비쳐 보였다.
불은 그 묘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일렁이는 자신과 달리, 그것은 조용하고 단단했다.
이름은 '얼음'이라고 했다. 가까이 오지 말라는 듯, 차가운 냉기를 폴폴 내뿜고 있었다.
“저렇게 차갑고 단단하니까, 내가 다가가도 괜찮지 않을까?”
불은 슬쩍 다가갔다.
그러자 얼음의 몸이, 자신과 닿은 부분부터 흐물하게 녹아내렸다.
얼음은 비명을 지르며 뾰족한 얼음 부스러기 같은 말을 내뱉고 도망쳤다.
불은 그 얼음 부스러기들을 양손 가득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것들은 손안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아니야, 이건 너무 작아서 그런 거야. 얼음은 크고 단단하니까 괜찮을 거야.”
불은 늘 기회를 노렸다. 얼음은 진저리를 치며 도망다녔다.
어느 날, 불은 얼음이 조용히 누워 있는 걸 보았다.
무언가에 다친 듯, 몸에 금이 살짝 가 있었다.
힘을 잃고, 가만히 눈물을 흘리는 얼음에게 불은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얼음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천천히 녹아내렸다.
불의 품 안에서 단단했던 몸은 형체를 잃고 투명한 물로 스며들었다.
그 물 위에, 여전히 불의 모습이 비쳤다.
황홀했다.
불은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얼음은 보글보글 숨을 내쉬며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불이 사랑했던 것은 사라졌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불이 사랑했던 건, 얼음이었을까?
아니면— 얼음에 비쳐 보였던 자기 자신이었을까.
얼음은 금이 가 있었다. 그래서 불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잠시 그 온기에 기대버리고 만 것이다.
그건 사랑이었고, 동시에 사라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