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5% 사람입니다

AI 문장이란, 뭔가요?

by 린새

“2023년 12월 25일, 01시 05분. OOO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내가 쓴 소설의 첫 문장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며칠을 고민한 후 겨우 써내려 간 한마디였다.

그 문장을 보고 AI 감지기는 말했다.


“98.5% AI가 쓴 문장입니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다른 문장을 넣어보았다.

“0% AI가 쓴 문장입니다.”

사전에서 긁어온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사람의 문장’이라고 했다.

사전은 100%의 사람이 되었고,

나는 1.5%의 사람이 되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사람다움’은 대체 무엇으로 구분되는 걸까.


그날 이후, 나는 AI 감지기를 ‘감자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감지기가 아니라 왜 감자기일까. 왜냐니?

감지를 못하니까.

감자 깎는 곳에나 쓰라고 감자기라고 불렀다.

요리는 못하고,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감자껍질만 겨우 벗겨내는 요리도구 감자기.

그건 내 나름대로 AI 감지기에게 붙인 멸칭이자 조롱이었다.

사람다운 문장은 무엇이고, AI 같은 문장은 무엇일까.

숫자가 많이 들어가고 딱딱한, 네모난 느낌의 문장이면 AI가 쓴 문장인가? 동글동글 예쁜 미사여구를 잔뜩 섞은 서정적인 문장이면 사람의 문장인가? 그럼 AI보고 “엄청 화려하고 감정적인 예쁜 문장을 만들어줘”라고 하면 그것은 사람의 문장이 되는 것일까?

또한, 그렇게 태어난 문장의 주인은 누구인지 의아해졌다.


그림은 글보다 먼저, AI로 만든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가 많이 논의되어왔다. 그림은 문체와 달리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비율을 가진 3D 그림체는 사람들에게 ‘AI 그림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가 그림을 그리기 전부터, 그런 그림체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AI에게 그림을 학습시킬 때 실제 있는 그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원래 내 그림체가 AI그림체,라고 명명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그림체를 학습해서 그린, AI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원래 그 그림체를 가지고 있던 창작가일까, AI 일까, AI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일까.

글은 그림보다 더 늦게 문제가 발견되었다. 문체는 그림체보다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어 읽어 내려가고 있으면, 작가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질 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문체이다. 그리고 AI는 누군가의 문체와 서술 방식을 학습했다. 그리고 학습한 대로 써 내려간다. f(x) = y와 같은 함수처럼.


‘봄 향기가 가득 묻어 나오도록, 다가오는 봄을 예찬하는 시를 써줘.’


AI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AI는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쓰는, 어느 이름 모를 작가의 문체를 끌어와 답을 내놓을 것이다.

나는 직접 AI에게 저 시를 써달라고 해보았다. 다음은 시의 내용 중 일부분이다.


“햇살이

살구빛으로 뺨을 스치면

나는 그게 봄의 손길이라는 걸 안다.”


깜짝 놀랐다. 감정이 듬뿍 담긴 굉장히 서정적인 글이었다.

그 시를 AI감지기에 돌려보았다.

100% 인간이 썼다고 했다.

나는 무언가에 의문을 느끼면 그것을 파헤치려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인터넷에서 AI 감지기라고 나오는 모든 사이트에 다양한 글들의 검사를 요청했다.

100% AI가 썼다고 했다.

7.5% AI가 썼다고 했다.

같은 글을 검사해도, 사이트마다 결과가 달라졌다.

AI 감지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워졌다.

검사를 요청한 글 중에는 내가 학생 때 썼던 글도 있었고, 최근에 내가 떠오른 생각을 단편처럼 써본 글, 실제로 존재하는 책의 일부를 발췌한 것들도 있었다.


너무 많이 사이트에 접속해서일까? 검사를 계속 받고 싶다면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버튼을 누르라는 말이 모니터 가득히 채웠다. 그 후에는 신호등이 그려져 있는 타일을 고르고, 오토바이가 그려져 있는 타일을 눌러야 했다. 즉, 나는 내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AI가 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아이러니했다. 사람이 AI에게 '저는 사람이에요. 사이트에 들여보내 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다니.


모멸감이 들었다.

그리고 AI로 글을 쓰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미워졌다. 그들로 인해 내가 불필요한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아등바등 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글을 쓰는 기술이 부족할 때,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것 마냥, AI를 사용하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글공부를 위해 내가 이때까지 읽어온 책들과, 써왔던 글들은 무엇이 되는 걸까?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을 쓰는 것 과, 그 결과물이 AI가 쓰지 않았음을 증명해 내려고 노력하는 모든 과정이 허무해졌다. 내가 쓴 글들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오랫동안 고심해서 쓴 글들이 심판대 위에 올라가 낱낱이 해체되는 모습이 끔찍하게 싫어졌다.

나는 내가 처음 ‘감자기’라고 불렀던 AI 감지기를 찾아 나섰다. 그 사이트는 없어져 있었다. ‘완전히 당했다.’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검증된 사이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AI로 글을 썼는지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그 프로그램을 따돌리는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이다.

그러면 그 프로그램을 상회하여 추적하는 프로그램이 또 나오며,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고 만다.

그렇다면 사람이 썼는지, 안 썼는지는 창작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걸까?

사람의 양심에 맡겨야 하다니.

양심이란,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어쩔 때는 투명테이프보다 얄팍해지기도 한다.

저작권은 누구에게 부여해야 하며, 양심을 지켰는지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결국, 우리는 묻게 된다.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인가?

AI에게 명령한 사람의 것일까,

아니면 AI가 학습해 버린 문체의 주인의 것일까.

AI의 것일까.

창작이란, 창작자의 ‘의도’와 ‘개성’, ‘노력’의 결과이다.

‘의도’, ‘개성’, ‘노력’의 주체가 갈라져 버린 지금,

우리는 창작의 주체 기준을 명확히 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저작권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게 될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AI와 함께하는 시대, 어쩌면 함께 해야만 하는 시대.

AI의 무분별한 사용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결국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때 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보다 기준이며,

도구보다 철학이 된다.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옳은가.'를 묻는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질문해야 한다.

AI로 창작을 하는 행동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옳고 그름을 어떻게 증명 및 판단하며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 모든 문장을 내가 썼다고 믿어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내 글들이 의심받는 상황이 두렵다.

그럼에도 또다시 글을 쓴다.

그리고 또다시 평가받는다.

이쯤에서 말한다.


제발,

감자기는 감지기 흉내 내지 말고,

감자나 잘 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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