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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Aug 07. 2024

앞날 불행을 바라만 보는 안타까움(정이 정명  설화)


앞날이 보이면 더 괴롭겠지!


머지않은 미래에 공동체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면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당신은 어떻게 준비하며 우리는 언제 행동해야 하지?  필요한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공동체의 과거 경험을 뒤돌아 보고 참고하여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이런 경우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하여 어려움에 대비하라고 교과서적인 방법을 배운다. 그러나 옛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올바르게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공동체 구성원 간의 갈등과 오해 그리고 분열로 치달아 오히려 위험을 재촉했던 사례를 왕왕 본다. 그리고 이런 불행은 또 나타난다.


 나 당신 그리고 우리는 많이 배우고 나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생각하나 과거의 실패 경험이 다시 상연되려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혹시 공동체의 각자는 위험에 대비하고자 함에는 동의하나 누구의 생각으로 누구의 주도권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에 매몰되어 함께하는 큰 그림을 못 그리는 것일까?. 각자가 자기가 믿는 바를 옳다고 하면서 당신과 우리가 함께하는 집단적 믿음의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구성원 각자는 무엇을 어떻게 언제 해야 하는지에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함이 많다. 선견자나 배움이 탁월한 사람은 서로 믿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는 나 당신 우리의 모습을 보고 가까운 시기에 결국은 파국에 쳐해 질 것임이 두렵고 안타까와 눈물만 흘리게 되는가 보다. 이런 모습을 이야기하는 설화를 보자  

   


정이천과 정명도


옛날 중국에 정이천 정명도 형제가 있었는데 열심히 배우고 익혀 모르는 것이 없었다. 형의 학식이 더 높아 천지간의 이치는 물론 비결도 알았다. 하루는 형이 동생에게 악양루(중국 후난성 동정호 부근에 있는 큰 누각)에 놀러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악양루에 가서는 형이 울기만 했다. 이유를 몰라 동생이 점을 쳐 보니 악양루 대들보에 형이 넣어 두었던 비결 때문이었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형에게 왜 울었냐고 묻자 대들보가 매우 굵어서 울었다 하였다.


비결 내용 ‘이 대들보는 나라가 망한 후 다른 나라 황제의 관을 만들 때 사용될 것이다.’   

  

몇백 년이 흐른 뒤 쿠빌라이 황제(원나라 세조)가 죽었다 그 황제는 몸이 매우 커서 관을 만들 목재를 구하는데 악양루 대들보를 사용해야만 시신을 안치할 수 있어 그 대들보를 가공하여 관을 만들었다.   

   

형이 악양루에 와서 대들보를 보니 그전에 넣어둔 비결이 생각이 나고 나중에 일어날 일이지만 현재 어찌하지 못함이 안타까워 울음만 솟구친 것이었다. 이게 다 옛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가 마련한 보편성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밟으며 성장하고  지식을 익힌다.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는 보편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돼야 함에도 오히려 몰상식적인 언행으로 공동체의 안위를 위협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또 무척 많이 배운다. 그러하면 세상사를 그만큼 더 알게 되어 미래에 닥칠 나쁜 일을 대비할 수도 있고 사회를 위해 더 필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을 한다. 정말 그러한가? 

    

지명이야기


이 설화가 채집된 지역은 아산이다. 아산은 개명이 여러 번 있었고 지역의 범주도 자주 바뀌었다. 지명은 보통 잘 바뀌지 않고 범주도 비교적 일정하나 아산의 지명이나 범위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마차 설화의 주인공 심리와 비슷하다. 

    

정이천(본명 정이)과 정명도(본명 정명) 형제는 북송 시기의 유명한 철학자로 유교를 바탕으로 도교와 불교를 폭넓게 익혀 철학의 한 세계를 정립했다. 이들은 사람이 노력하고 수양하면 우주의 원리와 섭리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지식을 얻음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것과 같으니 끊임없이 정진하라 하였다.


특이하게도 진안군에 정씨 형제의 이름을 딴 하천과 행정지명인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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