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노년이 조금 더 즐거워지길 바라며

국민손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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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음악, 영상, 게임, 커뮤니티 등 수많은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와 달리 어르신들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현저히 좁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력이나 흥미 면에서 젊은 세대보다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어르신들의 여가 활동을 보면 교회나 성당, 경로당, 고스톱 등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반복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행동 반경은 제한적이고, 창의적 자극이 부족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을 기회도 많지 않다. 결국 지금의 시니어 여가문화는 ‘즐거움’보다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에 더 가깝다. 이는 단순히 기술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세대의 문화적 공백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국민손자’로서, 어르신들이 진심으로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누군가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웃을 수 있는 진짜 ‘함께 노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내가 꿈꾸는 것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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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좋은 기회가 되어 시작했던 행사 사회가 어느새 부업이 될 만큼 다양한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는 일로 이어졌다. 무대에서 사람들의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현장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과정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최근에는 단순히 진행을 넘어, 행사 전체를 직접 디렉팅하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니어 세대가 주인공이 되는 조금은 느리지만 의미 있는 대회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그래서 내년 봄, ‘세상에서 가장 느린 마라톤’ 혹은 ‘손자투어배 걷기대회’를 직접 기획해보려 한다. 속도보다 함께 걷는 순간의 따뜻함과 성취감에 초점을 맞춘 행사 누군가의 첫 완주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끝까지 걸어냈다는 작은 성취의 기쁨을 선물해드릴 수 있는 자리 말이다. 지금은 그 꿈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천천히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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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하다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간식을 사서 경로당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친손주처럼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시골의 정을 가득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전 연락 없이 방문하다 보니 텅 비어 있거나 갑작스러운 방문에 부담을 느끼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이런 경험들 역시 시행착오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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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더 나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할머니를 모시며 함께 도전하고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정리해, ‘즐겁게 노후를 보내는 방법’이나 ‘성취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복지관을 대상으로 강연을 선물해 드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 대학교,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그 무대를 어르신들께 돌려드리고 싶었고 그 속에서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분들이 삶의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영감을 드릴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듯 오랜 세월 쌓인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는 그 자체로 삶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그분들이 살아오며 겪은 인생의 이야기와 통찰이 콘텐츠에 담긴다면, 그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대를 잇는 지혜의 자산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본질’에 대한 놀라운 인사이트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던 고령화를 주제로, ‘국민손자’로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일기를 쓰듯 천천히 글로 정리하며, 하나씩 단계별로 실천해보려 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진심을 담아 꾸준히 나아가 볼 테니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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