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 Yishun...
내가 주재를 나오던 2023년은 싱가포르의 집값이 천정 부지로 뛰던 때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시아 금융 허브는 홍콩과 싱가포르 두군데가 양분하고 있었는데,
두 거인(미국과 중국)의 피터지는 싸움(?) 끝에 홍콩은 그 국제적인 지휘를 상실하였고
결국 그 역할을 싱가포르가 가져가게 되었다.
펜데믹 기간동안 강력한 봉쇄정책을 펼치다가 국민의 대부분이 백신 접종이 완료된 후 다른 나라보다 먼저 국경을 연 나라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펜데믹 기간에 빠져나간 외국인들이 홍콩으로부터의 유입이 상당했고 그에 따라 싱가포르의 집값은 뛰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의 물가는 많이 비싼 편으로 그중에서도 집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싱가포르 다운타운에 위치한 15평 남짓의 원룸도 한화로 약 300만원의 월세를 가볍게 넘는다.
'이정도면 뷰도 좋고 위치도 좋네~' 하는 정도의 집이라면 30평 정도에 월세가 600~1,000만원을 호가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월세 500짜리 집이라면 강남이라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 이야기 하면 아마 싱가포르 사람 모두가 엄청난 부자라고 생각 할 수 도 있겠으나, 사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사는곳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대부분이 국유지로 사유지는 국토의 약 10% 내외이다.
또한, 서울만한 나라에 공항이며 군부대 등의 모든 시설을 다 넣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따라서 싱가포르 사람의 대부분은 HDB라고 하는 국가에서 지은 아파트에 산다. 우리로 따지면 LH에서 건설한 휴먼시아 정도가 될 것이다. 대신,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누구나 집을 분양받을 권리가 있으며, 집값의 대부분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 주므로 내집마련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와같은 외노자(?)는 대부분 월세 목적의 콘도에 살며 월세를 내고 살기 때문에 주택시장는 국민과 외국인으로 어느정도 양분되어있어 콘도 월세가 올랐다고 싱가포르의 모든 집값이 다 오른다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하필 집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온 연유도 있고, 아이의 학교를 찾아보니 Yishun이라는 동네가 눈에 띄어 그곳으로 콘도를 정하게 되었다.
직장 동료들은 나한테 어디서 살게되냐고 묻기 시작했고, 나는 Yishun이라고 했더니 다들 놀라는 눈치다.
왜? 도데체 왜 다들 왜 거기로 가냐고 물어보지?
알고보니 Yishun은 일종의 도시괴담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뭐 예전에 연쇄살인마가 살았다는 둥, 온갖 이상한 일은 다 Yishun에서 일어난다는 둥 암튼 주재원 중에서 니가 맨 처음으로 Yishun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며 심지어 Yishun에 살고 있는 직장동료들까지 놀라워 했다.
뭐 사실 이 동네가 싱가포르 북쪽에 위치해 있어 시내와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큰 동네도 아니고 어디를 가던 대부분 1시간 내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고 회사에서 감사하게도 차를 주어서 나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콘도는 주상복합으로 아래층에 큰 쇼핑몰과 버스 인터체인지, 그리고 지하철까지 연결되는 지하도도 있어 살기에는 매우 편리하다.
한가지 불편한 것은 출퇴근인데, 길이 안막힌다면 30분 남짓 걸리는 출퇴근 거리가 학교 시즌만 되면 1시간 혹은 그 이상 걸려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퇴근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다... ㅡㅡ)
뭐... 어쨌든 나는 Yishun이 좋다. 옆에 운동할 수 있는 연못도 있고 연못에는 커다란 도마뱀이랑 수달이랑 물고기도 산다. 가끔은 수달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닭들도 엄청 많이 산다.
외국인이 거의 없는 로컬이라 아랫층 쇼핑몰에 한국마트 사장님도 우리에게 잘 해주신다. 그리고 진짜 싱가포르 사람들의 속살도 볼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골프 연습장과 넓은 자연을 볼 수있는 저수지도 있고 가끔 동네 공터에서 무슨 기념일에 잔치나 불꽃놀이도 한다.
주재 임기가 좀 더 연장되었다면 Pasir Ris쪽에서도 살아보고 싶긴 했지만, 이번 생애에는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해외주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