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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천천히들 좀 가줘....

출퇴근이 두려운 1인

by 조항준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싱가포르에서 내가 사는 곳은 시내에서는 먼 곳이다.

싱가포르가 커봐야 얼마나 크겠냐만은 여기에 오래 살다보면 그 크기에 적응하게 되나보다.


예전에 제주도 사는 친구한테 들은적이 있는데, 차로 30분 거리면 매우 멀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30분 거리면 가까운 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튼,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큰 도시국가라 왠만한곳은 대부분 최대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출근길은 꽤 험난하다.

2025년 현재 추산으로 싱가포르에는 약 65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약 450만명이 싱가포르 국민이고 약 200만명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도 서울보다 좀 더 큰데 인구는 천만명도 안되니 쾌적하겠네' 라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또한, 차량의 숫자는 트럭이며 버스를 다 포함해도 약 100만대이다. 수치로 보면 서울보다 쾌적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 출퇴근 시간은 그렇지 않다.


첫번째로는 엄청난 오토바이의 행렬이다.

싱가포르는 서울의 간선도로와 같이 여러개의 시내 고속화 국도가 있다. 물론 출퇴근 시간에는 ERP라고 하는 자동 징수기가 꼬박꼬박 Toll fee도 받아가지만 어쨌든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의 존재는 무섭기까지 하다. 상당수의 오토바이는 말레이시아에서 국경을 넘어 싱가포르로 들어오는데, 이들은 차량과 차량 사이의 차선을 물고 시속 90~110km의 속도로 질주한다. 그것도 수백대가 나란히... 이 오토바이들은 수만대가 아침에 싱가포르로 들어왔다가 퇴근시간에 수만대가 다시 말레이시아로 빠져 나간다.

누군가 그랬던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마치 한쪽 발을 지옥에 딛고 서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그도 그럴것이 출근길 일주일이면 거의 한번내지 두번의 오토바이 사고를 보게된다. 그리고 이는 안그래도 복잡한 도로를 더 막히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두번째는 이들의 운전습관이다.

차량의 오른쪽이 운전석이라 왼쪽으로 주행하고 모든 법규가 극악하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도 과속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법규를 무시하거나 인도처럼 3개의 차선에서 5대가 동시에 달리는 진기명기를 연출하지는 않는다. 나름 싱가포르 사람들은 운전 매너도 나쁘지 않고 차량도 잘 끼워주며, 경적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경우에는 자주보게 되는것이 시속 90km(싱가포르 고속화 국도의 최대 속도는 90km이다)로 달리고 있는데, 1미터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차량들이다.

처음에는 '급한일이 있나보네' 라고 생각했지만 1년을 넘게 운전하면서 알게된 것은 이들의 운전습관이 이렇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친한 싱가포르 친구는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Grab' 이 보편화 되면서 점점 난폭운전이 심해지고 있다' 라고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냥 대부분의 운전자가 고속 주행시에도 앞 차량에 바짝 붙어 운전하는 습관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그런데 2중, 3중 추돌과 같은 복합 사고를 자주 목격한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화가 없는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


아무튼 매일 편도 25km, 왕복 50km를 운전하는 나로서는 특히 오전 출근은 긴장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외국에서 차량 사고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나 동일할 것이다.


뭐 그나마 하나 얻은게 있다면 이제 오른쪽 운전석도 꽤 익숙해 졌다는 것이다. 여전히 잠시 놓은 정신줄에 역주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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