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느끼는 한류, 그 중에 음식!!
언젠가 싱가포르인 직장 동료들에게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거야?"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그 즉시 상당시간의 논쟁(?)을 벌였다.
물론 내 질문은 매우 소수의 집단을 향한 것이었으니, 싱가포르인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
지만, 꽤나 긴 시간의 논쟁(?) 끝에 다다른 답은 '치킨라이스'였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로 기본 구성된 싱가포르는 국가 공식 언어만 4개인(타밀어, 말레이어, 중국 보통어, 영어) 사실상 미국과 같은 다민족 국가로, 원래부터 싱가포르 음식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아예 싱가포르 고유의 음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같은 의미로 만약 내가 질문을 던진 이들이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아닌 말레이시아계 이거나 인도계 사람이라면 같은 의미의 다른 음식이라고 답변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치킨라이스는 닭을 삶고 그 삶은 육수로 밥을지어 그 밥 위에 삶은 닭의 살을 썰어 올려주는 것으로 매우 대중적인 음식이다. 물론 이것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갈비탕과 비슷한 Bak Kut Teh(한자로는 육골차==>肉骨茶) 나, 나시르막 등도 이름에 오르지만, 아마도 이 '치킨라이스'가 가장 대중적이며 싱가포르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사실 이 '치킨라이스'는 중국 해남에서 건너온 중국요리 중 하나로 이민자들의 음식이 이 나라에 깊게 정작 하게 된 듯하다. 그래서 이 작은 부자나라에는 수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더군다나 집에서 음식을 거의 해 먹지 않는 이들은 식사의 대부분을 외식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2023년 7월에 처음 입주를 시작한 나는 주방의 가스레인지 점화가 불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에게 고쳐줄 것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생일케이크 점화할 때 쓰는 긴 가스라이터였다...
처음에는 "구두쇠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집에서 밥도 잘 안 해 먹을 건데 뭐 하러 고쳐줘?"라는 생각의 표현이 그 가스라이터였던 것이다.
다수의 동료들에게 물어봤지만, 최대가 일주일에 2번 정도만 집에서 식사를 만들어먹고 나머지는 모두 매식이나 포장, 딜리버리를 통해 끼니를 해결한다고 한다. 뭐 이들의 말대로라면 이것이 더 저렴하고 경제적이며 식사를 만들고 차리고 설거지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훨씬 좋다고도 한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매식의 천국이다. 가는 곳마다 음식점과 먹을 것을 파는 곳이 넘쳐나고 수많은 종류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음식이 바로 '한식'이다.
한식은 K-POP, DRAMA, 영화의 호응을 받아 이곳 이역만리 싱가포르에서도 아주 핫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차이나 타운 옆 탄종파가라고 불리는 보통 2층으로 된 매우 전통 양식의 건물이 늘어선 이곳은 각국의 음식점들이 많이 입점해 있고 어느 정도 분위기와 가격대가 형성된 곳인데 내가 주재를 온 2023년부터 꾸준히 한국음식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전히 외국에 있는 한국 음식점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하나의 음식점에서 삼겹살, 부대찌개, 짜장면, 떡볶이, 후라이드 치킨 등 한국음식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판매를 하는 곳이 많지만, 돼지국밥이라던가, 제주도 음식을 판매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인기 있는 음식점은 미리 예약을 하거나 줄을 오래 서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자주 이용하지 않지만 근처에 업무로 갈 때 보면 손님의 70~80% 이상은 현지인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더욱이, 최근에는 조선족이 만드는 비빔밥이라던가, 중국인이 오픈한 한국 BBQ 집은 그 맛의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지경에 이르러 한국 음식이 드디어 날개를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알기로는 싱가포르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떡집이 2개 정도 있는데(더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것은 2개다) 이마저도 떡 사 먹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심지어 내 싱가포르 직장동료 중 한 명은 나도 못 사 먹은 떡을 오전 일찍 가서 살 수 있었다고 사진을 찍어 나에게 자랑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동료들이 싱가포르에서 김밥 가게를 해 보라고 나에게 몇번이나 권유하기도 한다.
그동안 와이프가 몇 번 김밥을 말아 동료들에게도 대접을 했는데, 다들 맛있게 잘 먹어 준 후 나오는 말 들이다. 그들 왈, '싱가포르에 한국음식점은 많은데, 그다지 맛있는 집은 찾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한국 음식점들은 주인이 한국인이 아니거나 그저 한국음식점 흉내를 내고 있어 맛의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잠시 신중한 고민을 해 보았다.
팔자에도 없는 김밥집으로 한번 대박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얼른 생각을 접는다... 만약 그렇게 쉬웠다면 벌써 싱가포르에서 김밥 재벌이 나왔을 거다. 싱가포르의 임대료는 여전히 높고, 김밥의 특성상 쉽게 상하는 것도 이 더운 날씨의 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위생검열도 매우 까다로워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거나 청결상태가 불량하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재료 공급의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가급적 현지에 있는 비슷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지만, 필수재료들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한두번이라도 수급이 맞지 않으면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음... 역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암튼 자국의 음식과 문화가 해외에서 사랑받고 적극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이제는 "감사합니다'라고 현지인에게 인사하면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해외로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되고 모두가 외교관이 된다고 하였던가...
몸소 그 느낌을 매일매일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매일 감사하고 있다.
여보 그냥 우리 직장생활 열심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