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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밥값이.... 뭐 얼마?????

상상을 초월하는 싱가포르 벌금

by 조항준

뭐 다들 싱가포르에 와 보셨던 와보지 않아도 이 동네의 살벌한 벌금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을 만큼, 싱가포르는 벌금이 어마어마한 나라다. 오죽하면 "Singapore is Fine cit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Fine은 '좋다'라는 뜻도 있지만 '벌금'이라는 뜻 또한 있다. ㅡㅡ;)


맨 먼저 이야기를 들은 것은 담배다.

난 담배를 마흔이 되던 해에 끊었다. 골초였던 내가 한 번에 담배를 끊게 되면서 그 반대급부로 엄청난 뱃살을 갖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다. 암튼 싱가포르는 자칫 깜빡하고 담배를 들고 왔다가 걸리면 그야말로 골치다. 싱가포르 관세청 사이트에 의하면 담배에 대한 면세한도는 없으며, 만약 잘 모르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출발 시 면세점에서 한 보루의 담배를 샀다면 1 갑당 200불(한화 약 22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것도 처음에나 갑당 22만 원이지 두 번째부터는 한 갑당 55만 원으로 올라간다. 세 번째 걸리면 한 갑당 88만 원...

몇 년 전에 지인이 이걸 깜빡하고 담배 한 보루를 비닐봉지에 담아 유유히(?) 싱가포르에 입국하다가 공항세관에 딱 걸렸다고 한다. 곧 세관 사무실로 끌려갔도 벌금을 내지 않으면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으름장을 들었다고 한다.

현금이 없다고 하자 지인이 돈을 가지고 올 수 있게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기를 주고, 아니면 카드로도 지불이 된다고 하며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버리겠다고 해도 무쓸모... 무조건 지불하지 않으면 풀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마약은 소지만 해도 사형.

공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면 벌금 200만 원

대중교통(버스나 지하철)에서 취식하다 걸리면 벌금 55만 원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다 걸리면 역시 벌금 55만 원

껌은... 아예 팔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십 군데의 마트와 편의점을 갔지만 껌은 아예 없다. 만약 싱가포르에서 껌을 씹다가 적발되면 싱가포르 달러로 1,000불, 지금 환율로 대략 110만 원을 내야 한다...

다만 금연이나 의료목적의 껌은 국가차원에서 허용하며 허가받은 사람만 씹을 수 있다고 들었다.


제일 어이가 없었던 것은 비둘기 밥...

작년 이맘때인가,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지인이 싱가포르에 놀러 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러 차이나 타운에 나갔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빨리 가족과 함께 도착해 차이나 타운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발견한 하나의 경고문구...

비둘기에게 밥을 주지 마세요. 벌금 싱가포르 달러 10,000불

'10,000불이면.... 처... 천만 원?'

상상을 초월하는 벌금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떻게 이런 숫자가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화면 캡처 2025-05-16 161725.png 요것이 싱가포르 차이나 타운에서 본 경고문구다... ㅎㄷㄷ

문자 그대로 ㅎㄷㄷ한데, 길지는 않지만 조금 살다 보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도시단위 국가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동주택에서 산다. 요걸 돌려 말하면 밀집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의미로 질병이던 불쾌감이던 전파가 빠르다.

또한 전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도시가 청결하게 유지되어야 기본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리라... 더군다나 금융으로 먹고사는 이미지가 강한 나라에서 마약 파티가 벌어진다거나 지하철에서 뭔가를 먹다가 흘려 더러워지고 냄새가 나거나, 껌이 덕지덕지 여기저기 붙어있다면 좋아보일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20241029_054354.jpg 공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잖아? 그럼 그땐 벌금이 200만 원이 넘어간단 말이지... ㅎㅎ


암튼 엄청난 벌금에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지만 사실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는 동네인 것 같다.

사복경찰이 돌아다닌다고는 하는데... 사실 경찰을 마주할 일은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이런 엄청난 벌금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단속하는 사람이 없는데...

다만, '한번 걸리면 엄청난 벌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벌금이나 형벌의

크기가 크긴 하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싱가포르에 왔으니 싱가포르 법을 잘 준수해야지.

그나저나 10년 전에 끊은 담배가 다행이긴 하다. 담배로 벌금 낼 일은 없으니.. 게다가 여긴 담배 값도 비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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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우리나라도 꽤 올랐는데? 올 여름에 한국에 갔다가 어린이 대공원에서 본 현수막...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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