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생활 쓰레기 버리기
호텔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들어온 2023년 7월...
아직 가족은 한국에 있고 혼자서 한 달여간 텅 빈 집에서 살 때 맨 먼저 든 의문...
'쓰레기를... 어찌 버리지?'
모두들 아시다시피, 한국의 생활쓰레기 버리기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매우 전문적(?)인 수준의 재활용을 시행하고 있다.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류 뿐만 아니라, PET병, 심지어 PET 병에 붙은 비닐까지도 모두 떼어내야 하고 또한 투명과 불투명 PET병도 구분해서 버려야 하며 같은 종이라도 우유팩도 따로 버리고 전구와 고철 / 비고철류까지 완전히 분류해야 하는 한국에 살다가 온 나에게 이 작은 나라는 '어떻게 쓰레기를 버리는가'에 대한 의문은 본격적을 생활을 시작하는 나에게 큰 의문점 중 하나였다.
아마 싱가포르인 직장 동료들에게 던진 나의 맨 처음 생활 관련 질문 역시 그것이었던 것 같다.
"쓰레기 어떻게 버려?"
"음..... 어떻게?"
사실, 싱가포르는 한국처럼 철저한 분리수거가 없다.
물론 공동주택마다 분리수거를 하는 큰 쓰레기통이 있지만 이마저도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들... 그러니까 각종 병이나 플라스틱, 종이 등의 재활용이 가능한 모든 쓰레기를 한꺼번에 쏟아 붙는 식으로 한국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다. 물론, 규격화된 쓰레기봉투도 없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싱가포르인 대부분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거시설에 살고 있고 대부분의 아파트 통로에는 옛날 80년대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볼 수 있었던 복도에 쓰레기를 버리는 시설이 지금도 있다.
각 층마다 손잡이를 잡아당겨 쓰레기를 넣으면 아래층 쓰레기 통으로 떨어지는 구조 말이다.
여기도 똑같이 이 통로를 통해 버리면 수거 업체에서 쓰레기를 가져간다.
사실, 이것도 매우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이 작은 나라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나올 텐데 이게 다 어디로 가지?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식사를 외식으로 하고 배달도 흔하므로 관련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온다)
그 궁금함에 이것저것 찾아보니까...
싱가포르에는 총 4개의 쓰레기 재활용 시설이 있고 이 시설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태워 그것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쓰레기는 재활용시설에서 태워지는 과정에서 부피가 90% 이상 줄어들고 타고 남은 쓰레기는 세마카우라는 작은 섬에 있는 매립지에 친환경으로 매립한다고 한다.
이 매립지는 2035년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한... 10년? 남았는데...?)
또한 이 타지 않는 쓰레기는 재활용해서 보도블록으로 사용하기까지 한다고 하니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다시 에너지로 순환되고 재사용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처음 싱가포르에 왔던 2023년 5월에 마트에 갔다가 깜짝 놀랐었다.
계산대에 구매한 제품을 올려놓으면 종류별로 비닐봉지에 담아 주는 것 아닌가... 마트에 한번 다녀오면 비닐봉지가 최소 서너 개,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뭐 그게 이 나라 법이겠거니 했는데, 그해 7월부터 싱가포르에서도 비닐봉지를 유료화하면서 비닐봉지가 필요하면 돈 주고 사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자원 낭비나 쓰레기 줄이기로 잘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별도의 쓰레기 봉투를 팔지 않게 되니 슬슬 쓰레기를 버리기 위한 비닐봉지가 모자라기 시작했고 이제 비닐봉지를 돈 주고(뭐... 50원이나 100원 정도 하지만) 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거다. 그래서 어쩌다가 비닐봉지가 생기면 돈 주고 비닐봉지를 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속으로 은근히 기쁘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정말 철저하게 쓰레기를 분류하는 것 같다. 그것보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수많은 규율을 그래도 군말 없이 잘 지키는 것도 한국인이라는 거다.
한 10여 년 전에 하와이에 가서는 정말 놀랐다. 검은색 비닐봉지에 종류에 상관없이 전부 다 담아서 그냥 버리는 것을 보고 들은 생각은 우리나라처럼 작은 나라가 아무리 재활용해도 수십 배나 큰 나라가 이렇게 하면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한국보다는 느슨한(?) 하지만 다른 방식의 철저한(?) 자원의 재활용도 싱가포르가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어쨌든 싱가포르는 여전히 청결하고 깨끗한 공기와 환경울 유지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