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생소한... Halal, 동남아 음식 문화 1
2023년 5월에 와서 두 달 동한 호텔생활을 하다가 집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마트에 갔을 때다.
'삼겹살이나 먹을까...' 아직 가족이 오지 않아 혼자 살이 하던 나로서는 저녁에 혼자 먹는 것이 최대 난제였다.
암튼 고기는 그냥 사서 굽기만 하면 되니까... 하고 집 아래 쇼핑몰에 있는 마트에 갔다.
처음 가는 곳인 데다가 마트가 꽤 커서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다가 드디어 고기 파는 곳을 발견했는데... 소고기 밖에 없었다.
'음....? 닭고기도 돼지고기도... 없네?'
살짝 당황한 나는 설마 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결국 소고기 코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돼지고기만 따로 파는 정육코너를 발견했다. 뒤 따라서 닭을 따로 파는 곳도 발견했다.
당시에는 뭐 그런가 보다 하고 삼겹살을 사다가 구워 먹었다.
삼겹살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여기는 껍질이 붙어있는 삼겹살을 덩어리째로 판다.
아마도 여기서 삼겹살을 사서 구워 먹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리라... 가격은 한국보다 싸다.
(2025년 6월 현재 기준으로 100g에 한화로 약 2천300원...? 정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 이후로 몇 번 더 마트를 들른 이후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가 곧 풀리긴 했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코너와 모든 제품에 Halal 음식과 일반음식을 분리한다.
심지어 라면에도 Halal 마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다인종이 섞여사는 곳이니 뭐 그러려니 했지만, 때로는 꽤 까다로운 것들이 많다.
Halal음식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락한 음식을 이야기하며 곡물, 과일, 채소나 해산물에는 특별히 규제가 없으나, 육류에는 꽤 까다로운 법이 적용된다. 돼지고기는 아예 금지이고 닭이나 소고기, 양고기나 염소 고기도 그냥 도축한 것은 먹을 수 없으며 오직 이슬람식 도축법으로 도축한 고기만을 먹을 수 있는 게 Halal Food다.
싱가포르의 이웃 나라들, 즉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기본적으로 이슬람 국가이며, 이슬람 종교를 지향한다 (물론 종교 탄압은 없지만, 몇몇 종교적 차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현재 인구가 약 3천4백만쯤 되는데 이 중에 60%, 즉 약 2천만 명의 인구가 무슬림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가 무려 2억 8천만 정도 되고 이중에 87%, 즉 약 2억 4천만 명 이상이 무슬림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최대 무슬림 국가다)
싱가포르는 인구 전체의 80% 정도가 화교로 중화권 색이 강하지만, 소속이 동남아라서 이 룰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의외로 무슬림들은 이 Halal 음식에 대한 규율을 꽤나 철저히 지킨다고 들었다. 돼지고기 맛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고, Halal표시가 없는 음식은 손대지 않는다.
또한, 싱가포르 내의 인도인의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은 힌두교의 특성상 소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힌두교는 윤회사상을 믿고 있고, 소는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최종적 단계로 소를 도살하여 먹게 되면 다음 생애(?)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없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뭐 소에 대한 이야기도 워낙 복잡해서 일단 신성시하는 걸로 하고 넘어가겠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인도네시아 발리섬은 힌두교도가 대부분이지만 이들은 돼지고기, 소고기 가릴 것 없이 잘 먹는다.
암튼 기본적으로 무슬림은 돼지고기... 인도인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 탓에 닭고기는 아주 기본음식이 되었다. 근데 재밌는 건 닭고기조차 할랄과 할랄이 아닌 닭고기 코너가 아예 서로 반대편에 있다.
(뭐.... 사실 맛은 정말 똑같다)
싱가포르 어디에나 있는 호커 센터나 커피숍에 가도 Halal Food와 Non Halal Food를 파는 곳이 있고 식기의 색깔도 구분하여 Halal 음식을 담는 그릇과 일반 음식을 담는 그릇을 구분하였으며, 퇴식구 역시 Halal Food와 Non Halal Food로 나뉘어 있다.
예전에 창이 공항 호커센터에서 밥을 먹고 퇴식구로 빈 그릇을 가져갔는데, 퇴식을 담당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로 뭐라고 하는데 처음엔 못 알아들었다가 옆에 장동료가 이야기해 줘서 알게 되었다. "다음부터는 Halal음식에 쓰는 숟가락을 Halal 음식 그릇과 함께 (섞어서) 가져오지 말래"
음.... 사실 무슬림이니 힌두교니 뭐 그런 거 모르고 살던 나에겐 '왜 이렇게 까다로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 잘못된 행동이었으리라.
거꾸로 생각해 보면, 무슬림들이 한국에 여행오기는 얼마나 힘들지도 생각해 보았다.
삼겹살 천국인 한국에서 Halal Food를 찾기란.... Halal 방식으로 도축하지 않은 후라이드 치킨도 그림의 떡이리라...
우리나라 식품 기업들도 Halal 인증을 하나둘씩 받고 있다고 들었다.
참... 매번 느끼는 거지만 세상은 넓고 난 아직도 벼룩처럼 재자리 뜀이나 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