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Re-wilding
도시만한 국가라고 해도 싱가포르는 마천루가 득시글한 시내를 벗어나면 녹지도 꽤 많고 자연보호도 열심히 하는 나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Yishun만해도 한바퀴를 뛰는데 대략 1km정도가 걸리는 거대한 연못도 있고 그 연못에는 7살짜리 내 아들만한 도마뱀이나, 거북이, 물고기와 수달도 종종 목격된다.
싱가포르는 적도에 위치한 나라로 일년 내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같다.
오전 6시 40분쯤이면 동이트기 시작해서 저녁 6시 40분 정도면 노을이 지고 어둠이 시작된다.
하도 운동을 안하던 몸뚱이라 더운 날씨에 더욱 처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몇달 전부터 오전에 빨리 걷기와 슬로우 조깅을 시작했다. (뭐 이것도 비온다고 안하고, 피곤하다고 안해서 매일 하는 건 아니지만) 일어나서 나갈기 직전까지는 그렇게 귀찮은데 막상 현관문을 나서면 기분은 상쾌하다.
적도에 있는 나라답게 새벽 6시에 나가더라도 덥기는 매한가지다... 다만 교통량이 적어 먼지가 적고,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사방이 조용하여 노래를 들으며 공원을 도는 것도 꽤 즐거운 일 중에 하나다.
연못길을 을 따라 달리다보면 가끔 Re-wilding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보게 되었는데, 첨엔 뭔 뜻인지도 모르고(영어실력이 모자라 당시에는 실제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냥 달렸었다. 나중에 이해해 보니 말 그대로 자연을 보존하여 다시 되살리는 운동을 진행중이었다.
달리기가 끝나고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대략 6시 50분쯤, 막 동이 터오는 시간인데 이때쯤이면 사방에서 수탉들이 울어대기 시작한다. 첨에는 작은 나라에 양계장이 있을리는 만무하고 도데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했는데...
이 닭들은 모두 야생닭이다.
짜식들이 동이 트면 일제히 나와서 씨앗이나 벌레를 잡아 먹는다고 분주하다.
어미 닭들은 병아리들을 이끌고 나와 땅을 파헤쳐 병아리들이 벌레를 잡아 먹는걸 도와주고 수탉들은 나름 가족(?)을 지키느라 경계도 하면서 무리를 이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닭들을 싱가포르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다. 심지어 시내에서도 마주친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싱가포르에는 주인없이 돌아다니는 고양이나 개를 본적이 없는것 같기도 하네...
하루는 운동 중에 도마뱀이 연못을 건너는 것을 본적도 있고, 수달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주말에 골프 연습을 갔다고 주차장에 돌아와보니 어미와 새끼로 보이는 원숭이 두마리가 내 차 지붕에 누워서 한가롭게(?) 털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한번은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창이 공항 근처의 싱가포르 앞바다가 보이는 해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수달 한마리가 올라와서 잔디에 몸을 비비은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사실... 싱가포르 앞바다에는 연중 수백대의 화물선이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싱가포르가 말라카 해협의 끝단에 있는 섬이어서 보급이나 휴식 등을 위해 쉬어가기도 하고 주로 탱커선들이 다음 일거리를 위해 대기하는 곳이기도 해서 항상 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바다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고 수영햐기도 좀 어렵다...
이렇게 싱가포르는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곳이다.
시내에서 마주치는 닭이나, 심지어 동물원 근처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새에 사람들은 즐거워 하며 기꺼이 길을 내어준다. 가끔 싱가포르 신문에 아파트 현관문에 코모도 드래곤만한 엄청나게 큰 도마뱀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내용이 기사화 되기도 한다.
서울에도 청계천에 가면 왜가리? 백로? 같은 새들이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도 많은 자연 생물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