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pi O Kosong?

싱가포르의 독특한 커피 주문~

내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점심을 같이 먹게 된 멤버들은 대부분이 싱가포르인 이었고, 이들에게 호커센터나 커피숖(우리가 아는 그 커피숖이 아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 "호커센터와 커피숖 그사이 어딘가"를 참조바람)에서 식사를 하러 갔다.

호커 센터이던, 커피숖이던 의례 식사 후에는 모두 같이 커피를 마셨다.

근데 커피를 주문하는 방법이 독특했다.

싱가포르 직장 동료가 나한테 무슨 커피를 마시겠냐고 물어,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대답했고 그가 커피 주문을 할 때에는 "Kopi O Kosong Bing"이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그 직원은 살짝 날 보고 '나중에 설명해 줄게'라는 얼굴로 이야기하고는 주문을 이어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커피를 주문하는 용어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이었다.

(물론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세계적인 커피 체인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싱가포르의 커피는 유명하다. 맛으로 유명하다기보다는, 뭐랄까... 커피를 타는 방법이 유명하달까?

또다시 역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싱가포르 사람의 약 80%는 중국계로 대부분 중국 남부, 해남, 광동, 푸젠 성 출신들이다. 특히 해남 출신들의 커피 타는 실력이 출중하여, 주로 하이난 스타일 커피라고 많들 이야기 하고 커피를 타는 모습도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크고 쇠로 된 주전자에 거름망에 담긴 커피 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여러 번 붓고 다시 따라서 진한 커피를 만든 다음 주문에 들어오는 커피 종류에 따라 커피를 만들어 낸다.

커피라는 표현도 영어식인 "COFFEE"가 아닌 말레이어 인 "KOPI"로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커피주문이 필요하다.

-. KOPI : 이는 커피에 연유와 설탕을 넣은 커피

-. KOPI O : 커피에 연유나 우유는 넣지 않고 설탕을 넣은 커피

-. KOPI C : 커피에 무당우유를 넣고 설탕은 넣지 않은 커피

-. KOPI O KOSONG : 커피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

-. KOPI O KOSONG BING : 아이스 블랙커피 (BING은 한자어로 얼음 '빙' 자인 듯하다)

여기에 GAU라고 하면 EXTRA STRONG 커피를 말하고 설탕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말해야 한다

SIEW DAI : 설탕을 조금만 넣는 것

KOSONG : 설탕을 넣지 않는 것

GAH DAI : 설탕을 많이 넣는 것

싱가포르에 오면 코피오꼬송빙(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카푸치노, 카페라테, 무슨 프라푸치노 하는데 여기서는 완전히 달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지금은 나도 KOPI O KOSONG BING~! 을 외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친다. 싱가포르는 비싼 나라지만 커피숍이나 호커센터의 커피는 매우 저렴하다. 보통 SGD 1~1.2불 사이면 한잔을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1천 원에서 1500원 사이의 금액이다.

싱가포르의 속살을 보고 싶으시다면 호커센터로 오시라. 이곳이야 말로 진짜 싱가포를 볼 수 있는 곳이며, 진정한 싱가포르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시라~ 오셔서 "KOPI O KOSONG~!"을 외치고 1천 원의 싱가포르 맛을 즐겨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