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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요? 54번이요?

작은 국토 싱가포르에서 주말 보내기...

by 조항준

앞서서도 여러차례 이야기 했지만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크고 부산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나라이다. 요정도 사이즈의 나라에 대략 650만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뭐 그럼 서울보다는 쾌적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2년정도 살다보니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생각해 보니 서울만한 국토에 모든것을 다 넣어야 한다.

공항도, 항만도 군부대며 국가 중요 시설까지 모두다...

그러다보니 한정된 국토의 대부분은 국가 소유이고 그래서 군부대가 거주지 바로 옆에 있거나 고속도로에서 싱가포르 공군의 활주로에서 F-15 전투기가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기가막힌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아무튼 위에 쓴 내용은 그만큼 싱가포르의 국토가 작다는 것을 길게 서술 했는데, 그래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갈 곳이 그닥 많지 않다. 싱가포르에 구경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기 좋은 곳인것 같다'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게, 도시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잘 정비되어 있으며 치안도 좋고 사건 사고도 많지 않다. 하지만 3~5일 여행으로 모든것을 둘러보면 그 다음에 다시오기 어려운 곳이 싱가포르이다.(출장이 아니라면 말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마리나 베이, 클락 키, 센토사, 오차드 거리, 차이나 타운 등을 돌아보고 창이 공항의 쥬얼 폭포나, 부기스, 하지레인 등을 구경하며 이국적인 풍경과 음식, 쇼핑등을 즐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

내 아들은 마리나 베이에서 메일 밤 8시와 9시에 하는 분수쇼를 10번도 넘게 보고, 가든스 바이더 베이의 라이트 쇼도 여러번 보고난 후 지금은 분수던 라이트 쇼던 그냥 만화책을 읽는다.

나라가 적도에 위치한만큼 연중 내내 덥고 습한데, 그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돈이 많아서인지 싱가포르는 단위면적 당 전세계에서 쇼핑몰이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왠만한 음식점, 옷가게 등은 대부분 쇼핑몰에 있으며, 쇼핑몰은 그 퀄리티가 다를 뿐 도심지이거나 아니거나 어디에든 있다. 하지만 쇼핑몰도 결국 쇼핑몰일 뿐... 무엇을 사기위해서 가는게 아니라면 나의 6살 아들은 금방 실증을 내고 돌아가자고 졸라덴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공원에서 노는 것도 비가오면 꽝이고 낮에는 너무 덥기도 하고... 참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BBQ도 해보고 수영장에서 수영도 해 보았지만, 이것도 매일, 매주마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수영장에서는 50이 다 된 애비가 6살의 에너지 넘치는 아들과 놀아주기도 상당히 버겁다)

이렇게 한정된 갈 곳을 여러번 방문하고 나면 주말에 고민은... '도데체 어디를 가야 하는가' 이다.

요런 고민을 그래도 많이 덜어준 곳이 Mandai Wild Life이다. Mandai는 싱가포르 지명 중 하나이고, Wild Life는 동물원이다.

이 곳 싱가포르에는 같은 장소에 4개의 서로 다른 동물원이 있다. Singapore Zoo, River Wonders, Night Safari, Bird Paradise (2025년 3월에 곧 Rainforest Wild Asia가 새로이 개장을 한다)

이 4군데의 동물원을 1년간 제한없이 입장할 수 있는 회원권을 팔고 있는데, 물료 주차에 식음료나 기념품도 20% 할인 가능한 멤버쉽을 SGD 585에 팔고 있는데(어른2명, 아이 1명 총 세명 값이다), 이마저도 세명 중 아무나의 생일인 달에 멤버쉽에 가입하면 15% 할인을 해 준다. 이 덕에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1년 회원에 가입했고, 주말에 별 할일이 없다면 동물원으로 갔다.

다행히 동물원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주차도 공짜이니(싱가포르에는 공자 주차장을 찾기 어렵다. 아마도 99%는 싸던 비싸던 모두 유료이다) 주말이먼 뻔질나게 드나들며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아들은 악어도 앵무새도 펭귄도 사자도 코끼리도 수십번 씩 보면서도 다행히 질려하지 않았다. 나이트 사파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6시면 문을 닫는데, 그럼 저녁엔 나이트 사파리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쉬는 날에 뭔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려 여러가지로 항상 고민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동물원 또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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