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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유 치즈를 사 온다고?

동남아에 부는 한류를 몸으로 체감~

by 조항준

업무의 특성상 나는 동남아 지역의 영업을 담당하므로 동남아지역 출장이 잦다.

23년 5월 중순에 와서 6개월 동안 벌써 8번의 출장을 다녔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등...

그럼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고, 앞으로도 한참을 가야 할 곳도 많다.


싱가포르에 처음 도착한 후 단 하루 만에 수많은 동료들과의 인사 후 그들에게 나는 단 한 명이었지만

나에게 그들은 너무 많았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웠고,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라 서먹했고 특히 가장 문제였던 언어의 장벽은 내 앞을 떡 하니 가로막고 있었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했지만, 이곳은 "싱가포르"였고 사실상 완벽한 네이티브인 그들에게

내 영어는 초라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들의 영어는 "싱글리쉬" 아니던가.

특유의 발음과 엄청 빠른 말의 속도는 나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초기의 이런 어려움 속에 나에게 천군만마가 되어준 것은 바로 "한류"였다.

40대의 후반인 나는 미안하게도 K-POP이며, K-DRAMA에도 큰 관심이 없다.

그나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후, 그것도 외국에서 상을 받기 시작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야 한 번에 몰아서 본 것이 다였다.


싱가포르 직원들과 차량으로 이동 중, 우연히 화재로 나오게 된 "사랑의 불시착".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거의 화난 말투로 "어떻게 여즉 안 보았냐고!" 거의 채근하다시피 말하는 직원들,

심지어 일본인 동료조차 나도 두 번 봤다면서 씨~익 웃어대는데... 거의 등 떠밀리다 시피 OTT에서 다운로드해서 다 보긴 했지만 한국 드라마가 이곳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다.

웬만한 드라마는 OTT를 통해 다 봤는데, 무엇을 보면 좋겠냐는 동료에게 난...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다른 동료와의 대화에서는,한국을 좋아해서 벌써 7번이나 여행을 다녀왔고, 다녀올 때마다 서*우유에서 나오는 노란색 체다 치즈 100개가 들은 1박스를 사 온다고... 의아했던 나는 여기에도 체다치즈는 당연히 팔고 한국이 엄청 싸거나 하지도 않는데 사 오는 연유를 묻자, "부대찌개에 넣어 먹기엔 한국 치즈가 더 맛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달 정도 전에 직원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하였는데,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 음식이었다.

아내는 너무나 큰 기대에 메뉴 선정에 고민에 빠졌고, 결국 메뉴요청을 받은 것이 떡볶이, 김치전, 잡채, 삼겹살이었다.

잡채는 내놓기 무섭게 사라져 아내는 돌아다니며 비워진 접시를 채우기 바빳고 몇장 부치지 못한 김치전은 '돈주고 사먹는 것보다 맛있다' 며 순삭. 사실 김치에 부침가루와 물로 반죽하여 부친게 다인데... 물론 인사치례 일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아껴먹는 수준이었다.

떡볶이는 그나마 매운 음식이라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는데(?) 남은 떡볶이를 가져가도 되냐는 직원도 있었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나는 이곳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는 단 한 명의 한국인으로 다행히도 외면이나 무관심이 아닌 환대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는 한국의 문화가 고마웠다. 단순히 음악과 드라마, 영화를 뛰어넘어 패션과 음식, 언어에도 관심을 가지며 단순히 '한국인' 이라는 이유로 호감을 가져주는 덕분에 처음 하는 타향살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새삼, BTS와 현빈에게 감사할 지경이다.



몇달 전 나는 자카르타로 출장을 다녀왔다. 싱가포르로 귀국(?)하는 길에 공항에서 출장 리포트를 작성하기 위해 남은 탑승시간을 이용하여 공항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꺼내는데 익숙한 한국말로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하고 서빙하는 종업원은 히잡을 두른 인도네시아 여성이었다.

속으로 '내 영어가 너무 한국 스러웠나? 어떻게 내가 한국인인줄 알았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인 이시죠?" 라고 묻는 종업원, 그렇다고 대답하자 "(왜때문에인줄은 모르겠으나) 그럴거 같았어요"라면서 웃어보였다.

물론 40대 아저씨에게 어떤 호감을 표한것은 아닐 것이지만 아마도 한국인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있어서임은 분명해 보인다.


생각해 보면, 어떠한 나라가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 군사 등의 하드 파워뿐만이 아니라 문화와 같은 소프트 파워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 분들로부터 호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 그 나라가 가진 세련미, 우월성, 다양함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가진 나라에 살고있다는건 행운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은 아닌것 같다.


아무튼 오늘도 "한류"라는 무기를 장착하고 이곳 동남아에서 낮선이들과의 친분을 매일매일 쌓고 또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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