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우기
2023년 5월에 싱가포르에 발을 디딘 이후 줄곧 이곳의 날씨는 쨍쨍한 햇볕 속 "건기" 였다.
물론 가끔 비가오긴 했지만, 30분에서 1시간 국지적으로 내리는 비줄기로는 이미 달아오를때로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기는 역부족이었다.
싱가포르는 적도 바로위에 위치한 나라로 덥고 습하다.
열대야는 기본이고 (새벽 3시에도 외부온도는 29도~30도 사이다) 대낮의 기온은 대략 34도로 한국에서도 많이 경험한 온도이니 그다지(?) 덥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체감온도는 매일 40도를 육박한다.
회사 동료들에게 '그럼 우기는 언제부터 시작하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이 다들 애메모호하기도 하고 시작하는 시기도 다들 달랐다.
누군가는 "10월 말....쯤? 부터 시작할거야..." 라고 말끝을 흐리는가 하면
누군가는 "11월 언젠가 쯤일 거 같아" 라던가...
그럼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건기라면서 비는 메일 오는데?
그럼 다들 똑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기후변화.... you know man~!"
그러던 11월 중순 어느날... 아침부터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는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길 며칠 후 나는 고객의 요청으로 회사의 시설 견학을 가기위해 운전중이었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곧이어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 차 와이퍼는 최대치의 속력을 냈지만, 내리는 비는 와이퍼를 부술듯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소나기 올때의 그런 번개가 아니었다.
그것도 바로 내 차 앞 수백미터 앞에 내리 꽂히는 생생히 목격되는 번개가 치기 시작한다.
첨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번개가... 5초에 한번씩 내리치기 시작하면서 슬슬 겁이나기 시작했다.
아직 싱가포르에서 번개에 맞아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설마 했지만, 번개가 내리치는 곳도 내가 위치한 곳에서 가까웠기 때문에 '번쩍'하는 섬광 뒤로 3초도 안되어 귓청을 때리는 강렬한 천둥 소리가 내 동공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가까스로 회사 시설로 진입한 나는 지붕이 설치된 야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는데, 바닥은 이미 물이 3~4센티는 잠겨 있었다. 배수량을 뛰어넘은 폭우가 드넓은 주차장 바닥을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경험한 폭우에 얼떨떨해 하며 고객과의 2시간 가량의 미팅을 마치고 나왔는데 왠걸, 상황은 그대로 였다.
뭔일인가 싶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감전(?) 당할까 겁이나서 천천히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차를 몰아 창이 공항 근처에 있는 사무실로 이동하는데, 섬의 동쪽으로 넘어오자 급격히 줄어드는 비의 양...그러더니 1분정도 더 나아가자 땅이 말라있는게 아닌가!!!
어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지인들에게 X톡으로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데 한 후배가 인사와 함께 사진 한장을 보냈다 "제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난 그의 말에 영상하나를 보냈다...
어김없이 오늘도 폭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