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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미안한데 담에 가자...

국경을 넘어 Johor Bahru로...

by 조항준

싱가포르는 말레이 반도 끝에 붙어있는 작은 섬으로 원래는 말레이 연방에 소속되어 있다가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독립했다.

현재 시점의 싱가포르는 워낙 동남아 국가 중에서 비교불가한 선진국이다보니 급여와 물가의 차이로 서로(싱가포르)가 서로(말레이시아)를 끌어당기는 힘이 꽤 강한데, 그 영향으로 마치 강처럼 생긴 두 국가 사이의 좁은 해협을 따라 그어진 국경을 사이로 이웃한 말레이사아와의 교류가 활발하다.


조호르바루에 거주하는 많은 말레이시아 인들은 싱가포르로 출근한다. 급여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많은 싱가포르인들은 국경을 넘어 조호르바루로 여행, 쇼핑 등을 간다. 물가의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상호보완 및 상호의존 적인 관계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보면 홍콩과 심천의 관계와 매우 흡사하다. 홍콩은 원래 중국의 땅이었다가 영국에 조차된 후 다시 흡수되었고 홍콩의 배후로서 심천이 있고, 상호작용을 하면 심천역시 많이 발전하였다.

싱가포르는 원래 말레이시아의 땅이었다가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다시 독립하였고 현재도 서로 많은 교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참으로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가족도 싱가포르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식을 즐기거나, 머리를 자르거나, 한국 식료품을 사거나, 쇼핑을 할때 조호르바루로 넘어간다. 레고랜드(평일에도 엄청난 인파...)도 있고, 조호르 프리미엄 아울렛이나, 저렴한 딤섬집(싱가포르에서 먹는 가격의 1/3이다!), 한국 치킨집(싱가포르에서는 비싼데 심지어 줄도 오래 서야한다)이나 백종원 형님이 운영하시는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조호르에 다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몇달사이 벌써 3번이나 다녀왔다. 두번은 1박을 하였고 한번은 당일로 다녀왔다. 물론 싱가포르에도 SGD 15불 정도하는 비교적 저렴한 이발소가 있지만...

아직은 두려움이 더 앞선다.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한국과 달리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 일은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싱가포르 - 조호르바루를 오가는 국경은 딱 곳이 다라는 것이다.

뚜아스(Tuas, 2nd Link가 정식 명칭이다)와 우드랜드(Woodland, Causeway라고도 불리운다)로 칭하는 두개의 국경 검문소를 통해 양국을 오갈 수 있다. 이곳 현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우드랜드가 먼저 생기고 나중에 뚜아스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뚜아스는 조호르로 넘어갈 때 뿐만 아니라 돌아올 때에도 일종의 국경 통과 비용을 내야한다. (이해는 잘 안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우드랜드와 차로 20분 거리로 가까워 특별한 일이 아니면 싱가포르 서쪽 끝에 위치한 뚜아스를 넘는 일은 없다.


국경 어느 쪽이던 교통수단이 자가용이던, 버스던, 오토바이던 싱가포르 checkpoint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1~2킬로미터 남짓되는 다리를 건너 말레이시아 국경에서 입국심사를 받아 입국한다. 교통수단이 육상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가는 것과 기본적으로 절차는 동일하다(글고보니 면세점이 없구나...)

자가용의 경우는 자가용에 탄 채로 국경을 넘는 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 이긴 하지만.


그러나 주말의 국경 통과는 대단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새벽 5시쯤 집에서 출발한다고 하면 높은 확률로 대기없이 국경을 통과할 수 있지만, 운이 없다면 여전히 국경을 통과하는대에만 2~3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다만 평일 출,퇴근시간을 제외하면 손쉽게 넘어 다녀올 수 있다.


지난주 주말, 맛난 한식도 즐기고 쇼핑도 하고 아내와 아들놈 머리도 자를 계획으로 우리는 토요일 새벽 국경을 넘어 조호르에서 1박을 하며 지낼 생각으로 새벽 6시 반에 국경에 다다랐다.

차는 싱가포르 국경 4KM 전부터 빽빽히 밀려있었고 오후 12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가는데 6시간이 걸린것이다... 싱가포르 출입국 관리소를 넘자마자 차를 세우고 화장실에 갔는데... 내 앞에 줄만 거의 100여명... 여자화장실이라고 사정이 나을리는 없었고, 겨우겨우 용변을 해결하고 거북이 보다 더 느린 속도로 말레이시아 국경을 넘었다.


오전에 계획한 미용실이며 다른 일정들은 모두 날아가 버려 다음날로 다시 예약을 해야 했고, 돌아오는 국경이 밀리기전에 돌아오고 싶었지만 원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다음날 오후 4시에 출발한 우리는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올수 있었다. 조호르 바루 국경에서 우리집까지는 약 20여 킬로미터로 서울로 따지면 김포공항에서 홍대입구 정도 가는 거리를 3시간 걸려 간 것이다. 그것도 그 전날에는 두배나 걸렸다.


아들놈은 지쳐 쓰러졌고 나와 아내는 파김치가 되었다.

이쯤되니 24년 연초에 계획한 말레이시아 DESARU로의 3박 여행이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여행을 취소하자는 제안은 내가 먼저 했고 아내는 아쉬워하면서도 확답하지 못했다.

여행을 예약했다는 내 말에 주변 동료들은 '연말에는 국경 통과에 12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라는 우려섞인 말을 돌려줬다. 모처럼의 가족여행인데, 20여년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싱가포르에서 아이 뒷바라지만 하며 에너지 넘치는 사내아이한테 시달리는 아내를 생각하면 '그냥 갈까?'도 생각했지만, 12시간이 이라는 국경통과 시간이 주는 무게는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일부의 사람들은 (싱가포르와 비교하여) 치안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라는 조언들도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고 결국 우리부부는 여행을 취소했다.


여보 미안해... 담에 좀 더 좋은 여행을 기약하고 이번 연말은 온전히 이곳에서 지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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