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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인 듯 쌀밥 아닌 쌀밥 같은 너...

풍요 속의 빈곤인가... 쌀 찾기에 혈안인 나와 아내.

by 조항준 Mar 17. 2025

내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큰 나라이다.

그렇다 보니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여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대부분의 소비재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한다.

(그래서 싱가포르 물가가 비싼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 '수입품'안에는 쌀도 있는데, 다행히 싱가포르는 아시아에 위치해 있고 화교 국가인지라 쌀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내가 원하는 쌀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이다...


뭐, 많이들 알고 계시는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먹는 쌀은 자포니카 종으로 쌀이 둥글고 짧으며 찰기가 있는 쌀인데 비해 이 동네 분들은 주로 인디카 종, 소위 안남미라고 불리는 길고 찰기가 없는 쌀이다.

쌀의 종류는 엄청나다. 본 적도 없는 브라운 쌀도 있고, 태국, 인도, 베트남, 미국,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정작 한국 쌀은 없다. 

(정작 한국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큰일이라고 하는데, 왜 싱가포르에 한국쌀은 수출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급한 대로 미국 쌀을 사다가 밥을 지어 봤지만... 물을 조금만 잘못 맞춰도 살아있는 쌀이거나 죽이 되거나...

쌀도 쌀이지만 하나의 복병이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와는 다른 싱가포르의 전압과 헤르츠.

아내는 일단 한국에서 사용하던 전기밥솥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문제는 우리나라 표준 전압은 220V, 60 헤르츠인데 비해, 싱가포르는 240V, 50 헤르츠이다. 전압과 헤르츠가 다르다 보니, 평소대로 밥물을 맞추어 밥을 지으면, 쌀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밥이 된다. 물론 싱가포르에도 밥솥을 파니 사면 되지만 돌아가면 

반대로 한국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다른 전압, 다른 콘센트, 다른 헤르츠의 밥솥을 사기에도 마뜩지 않았다.

"언젠가 한국 밥솥이 고장 나면 이 동네 밥솥을 사거나 압력 밥솥에다 먹어야겠다"라고 아내와 이야기했는데, 이놈의 밥솥이 꼴딱꼴딱 하면서도 몇 달째 잘 버티고 있다.

(조금씩 맛탱이가 가고 있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렇다 보니 기본적으로 맛있는 밥을 먹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은 밥심인데...

한국 마트를 통해 가끔 들어오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쌀을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도 덥고 습한 날씨로 인해 쌀을 냉장고에 보관해 오다 결국 맛없는 밥을 먹게 된다. 이 때문에 아내는 싱가포르에 오기 사실을 파악하고 진공 쌀독을 사 와 그나마 밥이 변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꽤 이름 있는 브랜드의 쌀도 10KG면 3~4만 원에 먹었는데 여긴 4KG에 4만 원 꼴.... 


지금은 요령이 조금 생겨서 쌀은 그냥 대충 사고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에 갈 때마다 교민들이 드신다는 조금 저렴한 쌀을 사 오곤 한다) 찹쌀과 현미, 잡곡을 섞어 밥을 지으면 그나마 한국에서 먹는 밥맛과 비슷해진다.


나름의 요령은 터득했지만 맛있는 밥은 다시 한국 가서나 즐겨야겠다. 

아마도... 신은 내게 다이어트를 명령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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