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경쟁력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당연한 삶의 도구가 되면서 우리에겐 호기심이 사라졌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즉시 해결이 되고 얻은 정보에 대한 의구심 없이 바로 답을 얻는다. 정보피로증후군이라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문제의 개념은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핸드폰을 가지고놀던 Z세대가 태어난 시기부터 시작되었다.
문제는 판단력이다. 과다한 정보로부터 생기는 현상은 분석능력이 사라진 것이다. 선별하고 분류하여 이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근거와 사례가 있는지, 긍정과 부정이 균형적인지- 와 같은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터치해서 쏟아지는 것들은 경험이 부재된 정보이다. 고민하고 탐구하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다시 좀 더 깊게 생각하며 정보를 선별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있다. 진지한 노력과 배움이 사라졌다.
좋은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판단력이 흐려졌다. 정보는 누구나 보고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지식은 시간과 사유, 경험과 근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것이다. 긍정성과 부정성의 올바른 균형에 대한 고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소통 방식은 익명이라는 편한 옷을 입게 되었고, 악플이라는 비윤리적인 행태를 만들었다. 개인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화와 분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만으로 엉뚱한 대상을 향해 표출된다.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우리 모두의 탓이다.
정보는 진실이 아니고 진리는 더욱 아니다. 진리를 찾는 시간은 긴 시간의 인내와 사유를 요한다. 의심 없이 넘쳐나는 정보들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쉽게 상처받고 쉽게 상처 주는 관계, 과학이발전하는 속도를 사람이 같이하지 못했다. 신중함과 조심스러움 없이도 쉽게 친구를 만들 수 있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인위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들은 인간의 결핍을 흩트려 놓았다.
[Nazar Bilyk, Rain, Ukraine]
우크라이나의 조각가 나자르 빌리크의 아름다운 작품이다. 청동 조각상의 머리 위에 투명유리의 큰 빗방울이 하늘을 향해있는 얼굴을 가리고 있다.
신중하게 얻고 천천히 가까워져야 한다. 시간을 두고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 과학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우리는 필요한 만큼의 의심이 사라져 버리고 너무 쉬워졌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주의는 사라졌다. 거리가 사라진 우리에겐 의심이 필요하다. 미래의 인재는 의심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