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재 작가의 전시 '밝은 방'을 보고
임희재 작가의 전시회는 꼭 가보려고 노력한다. 한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감상하면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새롭게 창조되는 내러티브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건 감상자의 입장에서도 설레고 가슴 벅찬 일이다.
갤러리 '에브리아트'에서 현재 전시 중인 '밝은 방, A Light Loom'에 다녀와서 그 기쁨은 더욱 커졌다. 마치 글을 쓰는 나의 작은 방에도 밝은 빛이 스며든 느낌이다.
에브리 아트의 공간은 임희재 작가의 작품들이 가진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흐르고 있었다. 임희재 작가의 작품에 대한 소개글을 참조하면 작가는 자연사박물관의 캐비닛을 원경에 머물려 바라보고 있다. 그 풍경을 캔버스로 옮긴 것은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아닌 평면의 유리로서, 이미지들은 화면에 밀어붙여진 듯이 눌린 채 마치 태피스트리처럼 서로에게 평행하게 존재하고 있다.
작품의 대상인 캐비닛은 정육면체의 형태로서 입체감이 강한 공간이지만 캔버스 위에서는 깊이나 원근감 같은 기법으로 설명하며 서로 다르게 위치하는 우선순위가 없다. 붓은 캐비닛, 유리, 박제, 시트지 모두를 그 본연의 특성으로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서로가 관계 맺고 있음을 설명할 뿐이다. 결국 임희재 작가는 작품 속 존재들과 작품, 그리고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과 감상자들까지 하나의 여정으로서 하나의 전경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
[임희재, Stuffed Chamoises, 2023, everyArt]
인간은 본능적으로 균형과 완전성을 추구하며 무의식과 의식이 동시에 기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연결되어 평형을 이루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한 작가로서 완전성을 향해 가는 성숙함을 의미한다. 임희재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고 떠오른 것은 빛과 원형이다.
작품들에 빛이 스며듦으로 인해 캐비닛 속 존재들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을 해체하여 하나의 원형 안에서 연결되고 그 전체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원형이란 중심과 균형을 의미하는 형상으로서 임희재 작가의 작품들은 모든 생명에 동일한 존엄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순수예술의 아름다운 가치를 한정적으로 바라보는 나를 반성하게 하고 예술이 들려주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에서 가능성을 배웠다.
'밝은 방' 전시회에서 만난 빛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생명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무한한 생명력을 주었다. 모든 생명은 함께 숨 쉬고 균형을 이루며 원형을 형성한다. 그 원형 안에는 나도 존재하고 함께 숨 쉬고 있다
비로소 완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