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힘
이 글은 종교에 관한 글이 아니다. 이 글은 우리가 ‘아름답다고 믿는 것'에 관한 글이다.
우리는 무엇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살아갈까? 한 번은 산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자 그 음식을 삼키지 않고 입에 문채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조금 기다리니 자신의 새끼 고양이에게 그 음식을 주려고 새끼에게 갔던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삶도 아프고 힘든데 자기보다 더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궂은일도 마다하고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 물 주는 일을 자꾸 잊어버리는 주인 옆에서도 온 힘 다해 잘 자라주는 작은 화분 속의 여린 화초의 생명, 말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큰 도화지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하는 모습, 힘들게 올라간 산 정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무한적이다. '美'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주관적이기에 미학은 모든 관점과 주장을 품어주는 아름다운 학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며 감동을 받는 대상은 눈에 보이는 어떤 형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진 의미이고 가치이다. 가시적 아름다움의 대상은 세상에 과잉되어 있다. 보고 보이는 시각적 문화가 과잉된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보이는 것, 너머의 것들이다. 새끼에게 먹이려고 내 배고픔도 잊은 어미의 마음, 내가 힘들어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은 선한 마음, 게으른 주인 옆에서도 제 힘으로 자라나려고 애를 쓰는 여린 식물의 용기, 마음속 감정들을 표현하고 쏟아내고 싶은 어린 생명의 욕망, 온갖 풍파를 다 겪고도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내는 자연의 위대함…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 대상이 그렇다고 내가 믿는 신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믿는 것이 상상의 힘이다.
[Pierre Bonnard]
나와 관계 맺는 모든 대상도 그렇다. 다 보게 되고 다 알게 되면 더 이상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아니다. 보나르의 그림을 보면 항상 마음이 설렌다. 그의 그림은 대상을 보고 싶고 대상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느껴져 신비롭다. 그의 작품들엔 한 여자가 계속 등장한다. 보나르는 평생 동안 한 여자, 그의 아내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집중했지만, 작품 속 그의 여자는 늘 흐릿한 대상이다. 사랑은 대상에 대한 믿음이고 상상이다. 그것이 상상의 힘이다.
신은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