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구 신두리 사구와 화웅습지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6월 초의 날씨는 아직 무덥지는 않지만 햇빛이 따갑다. 지난 몇 주 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서 대지는 바짝 말라 있다. 식물과 나무들은 땅에 저축해둔 수분으로 녹음을 유지하고 있다. 서산과 태안은 가끔 방문하는 지역이다. 태안은 독특한 해수욕장이 산재해 있고 해송 숲이 여럿 있어 걷기에 좋은 곳이다. 작년에 스쳐 지나가듯 들렸던 신두리 해안 사구를 좀 더 세밀하게 보러 갔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신두리 해수욕장 북쪽에 형성된 독특한 모래언덕이다. 이렇게 큰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천연기념물 431호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사구가 형성되기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길이가 약 5km에 달하는 신두리 해수욕장은 물이 빠지면 거의 1km 가까이 해변이 드러난다. 해변이 고운 모래로 형성되어 있고 해풍이 불면 모래가 해안으로 날아와서 쌓인다. 이렇게 쌓인 사구는 점점 규모를 늘려갔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큰 사구가 있는데 놀랍다. 필자가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체류할 때 플로리다 해변에 형성된 많은 사구를 보았지만 전혀 다른 사구이다. 플로리다의 사구는 조개껍질이 마모되어 모래가 된 고운모래 사구이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차를 타고 수십분을 가도 끝이 안보이는 사구들이 섬을 형성하고 있다. 신두리 사구는 전형적인 우리나라의 모래사구이다. 서해안이나 동해안에서 본 그 모래가 큰 사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림 1] 신두리 사구의 석양. 모래 위를 사초들이 덮고 있다. 사초들의 전략은 일찍 씨앗을 맺는 것이다. 보리나 밀과 같은 전략이다.
신두리 사구 주변은 독특한 식생이 형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태안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당화가 자생하면서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다. 요즘은 인천의 바닷가에도 해당화가 많이 심어져있어 5월~6월 사이에 분홍색, 흰색의 해당화꽃을 볼 수 있다. 영종도 해안남로를 따라서 해당화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콘크리트 방파제 아래에 시멘트 바닥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자라고 있는 해당화들이 애처로웠다. 지금도 영종도의 해당화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6월에 꽃을 피우는 모래지치는 흰색꽃을 피우고 있다. 사구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기는 꽃은 갯메꽃이었다. 갯메꽃의 꽃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보는 메꽃과 비슷하지만 잎이 아주 다르다. 갯메꽃의 잎은 제목의 배경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동네에서 보는 그냥 메꽃은 잎사귀가 길쪽하고 뾰족하게 생겼다. 갯메꽃은 주로 해안가에 서식한다. 내가 살고 있는 송도신도시 주변의 바닷가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이곳 신두리 사구에는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다.
[그림 2] 신두리 해안사구에 사는 특이 종인 <표도(표범장지도마뱀)>.
신두리 해안사구에는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이 많아서 이채롭다. 신두리 해안사구 표지판 아래에 <표도>라는 말이 있어서 뜻이 궁금했다. 표도는 이곳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표범장지도마뱀>을 말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우연히 표범장지도마뱀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 표도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 종인 듯하다. 또다른 생명체는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흔적으로 알 수 있는 <개미귀신>이다.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의 유충인데 모래를 파고 들어가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모래에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모래가 많고 지나다니는 곤충이 많아서 그런지 개미귀신이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다. 바닷가 쪽의 모래사구에는 갈대와 사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대 사이에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있다. 갈대 사이마다 뱀조심이란 문구가 있다. 설마 이런 곳에 뱀이 있을까하고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햇볓을 쬐고 있던 뱀 한마리가 우리가 떠는 소리에 놀라서 후다닥 숲으로 들어간다. 우리보다 더 놀랐는지 젭싸게 풀속으로 사라진다. 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살고 있는 해안사구를 잘 보존해야 겠다.
신두리 해안 사구에서 볼 수있는 식물로는 해당화, 갯메꽃, 통보리 사초, 좀보리 사초 등의 사초류 외에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모래지치는 하얀꽃을 피고 있고, 순비기 나무도 흔히 볼 수 있다. 갯완두는 보랏빛 꽃을 피우고 있는데 꽃 모양이 완두콩 꽃같다. 갯방풍은 부처님 머리같은 둥글둥글한 꽃을 송이송이 달고 있다. 신두리 모래사구는 해안가 소나무 숲과 접해있다. 사구의 데크길은 이내 곰솔숲으로 이어져 있다. 이곳의 곰솔은 다른곳과 좀 달라보인다. 통통하게 살찐 곰솔이다. 아내는 이런 모양의 곰솔을 본적이 없다고 신기해 한다. 해풍과 모랫바람에 단련된 곰솔이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다 보니 나무대도 통통해 졌나보다. 곰솔숲의 소나무 내음은 너무 좋다. 곰솔숲의 끝은 다시 사구로 연결되어 있어 사구를 지나서 물이 빠진 바닷가를 나와서 걸어본다. 딱딱한 모래 해변이 수 km 뻗어 있는 해안을 아침해를 맞으며 걷는다. 아직 해가 따갑지 않고 물도 적당한 수온이라 물을 첨벙이며 걷기에 좋다. 가끔 조개들이 보여 몇 개 주었다가 해안을 떠날 때 모두 놓아 준다.
[그림 3] 꽃을 피우고 있는 갯방풍. 나물로 먹는 방풍과 확실히 모양이 다르다.
신두리 해안사구 근처에는 두웅습지가 있다. 아내가 두웅습지를 꼭 가봐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도를 보닌 해안가에서 약 1km 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있다. 두웅습지에 도착하닌 커다란 개구리 조형물이 서있다. 왜 이곳에 개구리 조형물이 있나 살펴보니 이곳이 <금개리> 서식지란다. 규모가 크지 않은 습지지만 보존 상태가 좋다. 금개구리는 배가 황금색의 개구리이다. 습지를 둘러 볼 때 금개구리를 볼 수는 없었지만 습지에 올챙이가 지천이다. 그 중에 금개구리 올챙이도 있을 것이다. 두웅습지는 해안가에서 멀지 않는 곳에 형성된 자연습지라 가치가 큰가 보다. 회손하지 말고 잘 보존하자!
2022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