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식농사 내 맘대로 안 된다- 영농자금도 지원을

곰비임비의 소소한 대화

by 포쇄별감


임비 자식 농사 내 맘대로 안된다는 어른들의 말, 맞는 말같아. 나를 보아서도. 클클.


곰비 맞아. 최초의 인류도 그랬으니까.


임비 최초의 인류? 네안다르타르인 뭐 이런 인류 조상?


곰비 풋. 생물학적으로 최초가 아니라, 한 종교의 최초 인간, 아담.

임비 아담? 이브와 아담? 둘 사이에 자식이 있었어? 그냥 뱀에게 현혹되어 선악과 먹은 이야기만 생각나는데.

곰비 카인과 아벨. 그들이 아담과 이브의 두 아들이잖아. 이브는 자신을 만들어준 신의 명령을 어겼고, 그 자식은 인류 최초의 살인자이면서 살인피해자잖아. 그러니 원류로

따지면 부모나 마찬가지인 신 역시 자식농사가 맘대로 안 된 셈이지. 좀 비약인가?

임비 흠, 그럴 수도. 근데 갑자기 왜 이 말을 가져온 거야?

곰비 참, 카인과 아벨 말이야. 여호와가 동생 제물만 좋아한 이유 알아?

임비 처음 난 것 중 제일 좋은 걸 바친 정성 때문이지.

곰비 아냐. 카인은 농부고, 아벨은 목동이었잖아. 그러니 카인은 채소를 바쳤을 거고, 아벨은 양을 바친 거지. 여호와는 고기반찬을 더 좋아한 거야. 흐흐흐. 그러니 비교 당한 게 분하고 억울해서 질투한 거고, 그래서 동생을 죽였잖아.


임비 와, 너 진짜 위험한 발언한 거 알지. 여호와의 취향이 살인을 불러온 거라고?



곰비 아, 농담을 그렇게 다큐로 받으면 어쩌냐.

자, 다시 자식농사 이야기로 돌아가자고. 농사의 주체는 농부야. 그럼 자식농사의 주체는 부모고. 그렇지?

임비 아이고야, 어째 말에 뼈가 있다. 자식이 잘못되는 게 마치 부모 잘못 같잖아. 하지만 자식농사 맘대로 안 된다는 말이 왜 있겠어. 네 말대로 자식농사의 주체가 부모지만,

자식 역시 독립적 개체인 게 식물농사와 다른 점인 거지. 생각해 보면, 옛사람들도 그걸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내 맘대로 안된다고 한 거고. 또 식물 농사도

절반은 외부변수가 있잖아. 기후라든가 등등. 그러니 자식 농사야 오죽하겠어.

곰비 맞아. 미숙하지만 독립된 하나의 개체를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가려니까 내 맘대로 안 된다고 한 거지. 그래서 자식교육이란 말보다 자식농사란 말이 나한테는 더 설득력 이 있어.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잘하든 못하든 그 자식농사 마저 제대로 지을 환경이 못되니까, 더는 자식농사란 말이 무색해지니까 안타까워서 꺼낸 문장카드야.

임비 딩크족 이야기야?

곰비 딩크? 아, 어쩌면 딩크족이 증가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겠다.

임비 흠. 딩크족과 유사하지만 정확하게는 아니다, 이건데.

곰비 정확하게는 자식농사 대신 교육과 공적 돌봄로 만족시키겠다는 게 맘에 안들어서 그래.

임비 자식농사나 교육, 그게 그거 아닌가? 난 잘 모르겠는데, 어째 이야기 방향이 남탓, 사회탓으로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곰비 넌 학교에서 아침밥 준다는 얘기 들어봤어? 방과후 수업이나 방학 때 돌봄교실을 확대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어?

임비 학교가 친절해지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곰비 우선 순위 문제고, 가중치의 문제라고. 부모가 자식한테 아침밥도 줄 수 없을 만큼 미친 듯이 바쁜 것을 먼저 해결해야지. 부모가 할 일이 있고, 교육기관에서 할 일이 있잖. 아. 서로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고.

임비 야, 부모면 무조건 다 잘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요즘엔 좀 떨어뜨려놓는 것도 방법이야. 4세고시니 7세 고시니 하는 말 들으면 난 숨이 막힌다니까.


곰비 그건 좀 다른 이야기지. 굳이 말하자면 번호 4번이야.

임비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무슨 번호 4?

곰비 하, 참. 뭇매 맞을까봐 보류했는데. 난각번호 4로 해두자고. 임시야. 다시 본론으로 와서, 아무튼 자식농사마저 짓지 못하게 하는 이런 사회에 저항 없이 끌려가는 것도 문제라고. 학교에서 아침밥 준다고, 학교에서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돌봐준다고 박수칠 게 아니라, 제발 자식농사를 짓는 농부가 되게 해달라고 이 사회에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밥상머리 교육이 자식농사의 시작이잖아.

임비 노력하고 있잖아. 육아휴직, 자녀수당 등등.

곰비 그런 부분이 좋아진 거 고맙지. 그리고 그 어려운 자식농사 남이 도와주겠다 것도 고맙고.

하지만 학교나 학원 등에서 하는 것은 교육이고, 내가 집에서 하는 것은 농사라고. 자식농사. 그건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거니까, 내가 지을 수 있는 쪽으로 지원의 방향을 바. 꿔 달란 거야.

하다못해 밭에 자라는 작물들도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는데, 자녀들의 성장에 부모들이 더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아침밥 제공, 돌봄교실 확대니 하는 비용을 부모들 시간으로 돌려달라고. 좋은 농부가 되는 영농법까지.

막말로 식물 농사는 1년 농사지만 자식 농사는 평생 농사고, 국가의 백년을 책임지는 농사잖아. 왜 인색해야 하는데. 기관에서 하는 교육과 돌봄만 확대 되고 자식농사의 영. 역이 점점 좁아지면 어떻게 되겠어.



임비 뭐가 어떻게 돼. 부모라고 무조건 자식만 붙들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잖아. 열심히 돈 벌고 자아 실현 하고. 내 곳간이 든든해야 자식이 하고 싶은 거 다 지원하고.

뿐이야? 늙어서도 자식한테 홀대 당하지 않는다고.

곰비 아이고야. 자식 아침밥도 주지 못할 만큼 바쁜데 무슨 자아실현. 직장은 자아실현하는 곳이 아니야. 옛날처럼 자식이 부모의 노후보험이 안된지는 오래지만, 부모자식간의 유대감이 없으면 부모의 노년을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높아진다고.

임비 뭐라고? 늙어서 자식한테 의지한다고? 무슨 소리야. 요즘 나의 노년은 요양보호사가 해주는데.

곰비 슬프지만 일부 인정할게. 하지만 노후 생활 전체에 요양보호사 손길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자식농사는 두 번 타는 콘덴싱 보일러야. 부모가 자식을 키우기도 하지만, 자식 농사는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가며 한 번 더 사는 거라니까.

그런데 비싼 돈 주고 콘덴싱 보일러 샀는데 한 번만 타게 하면 가만 있겠냐고. 거기다 플러스 알파까지.


임비 플러스 알파라니. 그럼 세 번 타는 보일러가 개발됐단 거야?

곰비 자식에서 친구가 되는 멋진 일. 이게 부모가 바라는 노후의 최고 행복 아닌가.



임비 하, 참. 넌 자식은 커녕 결혼도 못해 봤으면서 어떻게 해 본 사람처럼 말을 해. 너나 나나 겨우 자기 앞가림만 하면서 사는 형편에.

곰비 히히히. 내 단골 술친구에 우리 부모님도 있거든. 그래서 내 삶의 보일러도 두 번 돌리고 싶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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