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비임비의 소소한 대화
하, 참. 왜 이 말 듣고 과대포장이 먼저 생각나지. 원래 그런 말이 아닌데 말이야. 이왕이면 다홍치마 이런 말이 떠올라야 정상아냐?
나한테 물들어서 그래. 히히히. 내가 정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다시 반복할 리 없잖아.
그럼 과대포장이 맞아?
과대포장이라기 보다는 포장갈이 해서 보기 좋게 만든 거에 속수무책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에헤, 포장만 멋들어지게 갈았다고 개떡이 무지개떡이 됐다고 속을까.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이 말은 어때. 우리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어.
정말? 너네 회사 어려워?
에헤. 대개 구조조정이란 말은 곧 노동자 해고를 포장한 말이라고. 그런데 개인적인 해고를 집단적인 불가피성으로 바꾼 말이잖아. 저항하지 말란 얘기지.
허헛.
또 있어. 세제개혁. 뭐가 떠올라?
세금제도를 개편하는 거?
순수하게 그러면 오죽 좋냐고. 대개는 세금 인상이지. 또 있어. 지도층이 저지른 성범죄는 뭐로 포장돼? 부적절한 행동. 심지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른 적도 있잖아. 뿐이야? 희생을 강요해놓고는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우기잖아. 특히 이 말은 아예 주체를 바꾼 거지. 희생강요는 윗분들이 하시고, 용기있는 결단이라면서 아예 희생자들 스스로 결단한 것인양 포장한단 말이지. 예를 들면 기피시설을 강제로 들여놓고서는 주민들의 용기 있는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잖아. 또 한 때 유행해서 분노를 유발했던 말, 아빠찬스, 엄마찬스. 찬스는 무슨 찬스. 부모빽으로 힘없는 사람 권리를 빼앗은 주제에.
아. 그래. 근데 흥분하지 말고 해. 나도 덩달아 화가 나려고 하잖아.
나 진짜 화내는 중이야. 이렇게 멋진 말로 포장된 말은 하나같이 지적이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경쾌해서 사람들 눈을 미혹시키는 것도 모자라 강력한 탈취기능까지 갖고 있다고. 그래서 그 안에 사람을 죽인 피가 흥건히 묻은 칼이 있어도 아름답다니까.
….
그러니 보기 좋은 떡이라고 생각 없이 집어먹으면 큰일 난다고.
그러지 마. 나 방금 꽃이 핀 무지개떡 잔뜩 먹고 왔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