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에 핀 꽃처럼, 우리를 들어 올려 왕자들과 앉히시다
오늘부터 우리는 '할렐 시편(Hallel Psalms, 113-118편)'이라 불리는 찬양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같은 큰 명절마다 이 시편들을 노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최후의 만찬을 마치시고 감람산으로 가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 부르셨던 찬양이 바로 이 시편들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시편 113편은 가장 높이 계신 하나님이 가장 낮은 곳으로 시선을 두시는 놀라운 반전의 '은혜'를 노래합니다. 세상의 권력은 높아질수록 낮은 곳을 보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스스로 낮아지셔서 쓰레기더미 같은 우리 인생을 보석처럼 들어 올리시는 분입니다. 이 아침, 나의 비천함을 귀한 자리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루를 여십시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은 너무 높고 거룩하셔서 내 작은 신음 따위는 모르실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인은 선포합니다. 하나님은 하늘 위에 계시지만, 동시에 스스로 낮추사 땅의 티끌 속에 있는 자들을 살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께 '위대함'이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자를 위해 허리를 굽히는 것입니다. 오늘 내 삶이 먼지 구덩이 같아 보일지라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바로 그곳에서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113:1 할렐루야, 여호와의 종들아 찬양하라.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라.
113:2 이제부터 영원까지 여호와의 이름을 찬송할지로다.
113:3 해 돋는 데에서부터 해 지는 데에까지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을 받으시리로다.
113:4 여호와는 모든 나라보다 높으시며 그의 영광은 하늘보다 높으시다.
113:5 여호와 우리 하나님과 같은 분이 누구인가? 그는 높은 곳에 앉으셨으나
113:6 스스로 낮추사 천지를 살피시고
113:7 가난한 자를 먼지 더미에서 일으키시며 궁핍한 자를 거름 더미에서 들어 세워
113:8 지도자들, 곧 그 백성의 지도자들과 함께 앉히시며
113:9 또 임신하지 못하던 여자를 집에 살게 하사 자녀들을 기르는 즐거운 어머니가 되게 하시는도다. 할렐루야.
시편 113편은 하나님의 초월성(Transcendence)과 내재성(Immanence)을 동시에 노래하는 아름다운 찬양시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나라보다 높으신 분'이지만, 동시에 '먼지 더미와 거름 더미'를 뒤지시는 분입니다. 이 시는 사무엘상 2장에 나오는 한나의 노래와 매우 흡사하며, 훗날 마리아의 찬가(Magnificat)로 이어지는 '역전(Reversal)의 드라마'를 담고 있습니다.
1. 해 돋는 데부터 해 지는 데까지 (1-3절) 시인은 찬양의 범위를 시간(이제부터 영원까지)과 공간(해 돋는 데서 해 지는 데까지)으로 확장합니다. 우리의 찬양은 주일에만, 교회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내가 출근하는 아침(해 돋는 데)부터 퇴근하여 잠드는 저녁(해 지는 데)까지, 내 삶의 모든 동선이 하나님을 높이는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2. 스스로 낮추사 살피시는 하나님 (5-6절) 세상의 왕들은 자신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높은 보좌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스스로 낮추사(Humbles himself to behold)" 천지를 살피십니다. 이것은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 보좌를 버리고 낮고 천한 말구유에 오실 것을 미리 보여주는 성육신(Incarnation)의 신비입니다. 하나님은 멀리서 지시하는 감독관이 아니라, 삶의 현장으로 내려오시는 아버지이십니다.
3. 거름 더미에서 지도자의 자리로 (7-9절) 하나님의 시선은 먼지 더미(Dust)와 거름 더미(Ash heap)에 머뭅니다. 여기서 거름 더미란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을 말합니다. 세상은 실패한 사람, 가난한 사람,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을 쓸모없다고 버리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들어 올려 지도자(Princes)들과 함께 앉히십니다. 내 인생이 지금 거름 더미 같다고 느껴지십니까? 바로 그때가 하나님의 '들어 올리심(Lifting up)'을 경험할 때입니다.
첫째, 출퇴근길을 찬양의 시간으로 삼으십시오. 3절 말씀처럼 해 돋는 아침 출근길과 해 지는 퇴근길에 이어폰을 꽂고 찬양을 들으십시오. 복잡한 지하철과 버스 안이 나만의 거룩한 성소가 될 것입니다.
둘째,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십시오. 하나님이 스스로 낮추사 살피신 것처럼, 오늘 내 주위에 소외된 사람이나 힘들어하는 동료가 없는지 살피십시오. 높은 곳만 바라보면 목이 아프지만, 낮은 곳을 보면 사랑이 흐릅니다.
셋째, 역전의 하나님을 신뢰하십시오. 지금 처한 상황이 먼지 구덩이 같아도 절망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불임의 여인을 즐거운 어머니로 바꾸시는 분입니다. 나의 결핍은 하나님의 능력이 채워질 빈 그릇임을 믿고 기도하십시오.
지극히 높으시나 지극히 낮은 저를 찾아오신 하나님,
하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오신 주님의 그 겸손하신 사랑을 찬양합니다.
때로는 제 삶이 거름 더미처럼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주께서 저를 일으켜 존귀한 자리에 앉히실 것을 믿습니다.
오늘 하루, 해 돋는 아침부터 해 지는 저녁까지 제 입술에서 찬양이 끊이지 않게 하시고,
저 또한 주님을 닮아 낮은 곳을 살피는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