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원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평화가 되기로 결단함
오늘부터 우리는 시편 120편에서 134편까지 이어지는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Songs of Ascents)'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명절 때마다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걸어 올라가며 불렀던 순례자의 노래들입니다.
그 첫 번째 곡인 시편 120편의 분위기는 뜻밖에도 기쁨이 아닌 탄식과 괴로움입니다. 거짓말과 다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에, 비로소 하나님이 계신 곳을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세상에 만족한다면 굳이 하나님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 주는 거짓 평화에 지쳤을 때, 진짜 평화의 왕이신 주님을 향한 순례가 시작됩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공격뿐일 때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혹은 이웃과의 관계에서 나는 화해를 말하는데 상대방은 싸움을 걸어올 때, 우리는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절망의 자리에서 주저앉지 않고 눈을 들어 하나님을 부르짖습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120:1 내가 고통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그가 나에게 응답하셨다.
120:2 여호와여, 거짓말하는 입술과 속이는 혀에서 내 영혼을 구하소서.
120:3 너 속이는 혀야, 하나님이 너에게 무엇을 주시며 무엇을 더하시겠느냐?
120:4 용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로뎀나무 숯불이로다.
120:5 메섹에 머물며 게달의 장막에 사는 것이 나에게 화가 되는구나.
120:6 내가 평화를 미워하는 자들과 너무 오랫동안 함께 살았다.
120:7 나는 평화를 원하나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전쟁을 하려고 덤벼드는구나.
시편 120편은 총 15편으로 구성된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의 첫 번째 시입니다. 순례의 시작은 '여기가 좋사오니'가 아니라, '더 이상 여기서는 못 살겠다'라는 거룩한 불만족에서 시작됩니다. 거짓과 다툼이 난무하는 현실(메섹과 게달)을 떠나, 참된 평화가 있는 예루살렘(하나님의 임재)을 향해 떠나는 순례자의 첫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1. 거짓된 입술의 고통 (2-4절) 시인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칼이나 창이 아니라 거짓말하는 입술과 속이는 혀였습니다. 말로 입은 상처는 용사의 화살처럼 깊이 박히고, 로뎀나무 숯불처럼 꺼지지 않고 오래도록 마음을 태웁니다. 우리 시대 역시 가짜 뉴스와 악성 댓글, 교묘한 정치적 언어들로 인해 영혼이 병들어 갑니다. 시인은 이 지옥 같은 언어의 폭력 속에서 사람과 싸우는 대신 "여호와여 나를 구하소서"라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찾습니다.
2. 메섹과 게달에 사는 슬픔 (5절) 메섹은 야만적인 족속이 사는 북쪽 끝이고, 게달은 사나운 유목민이 사는 남쪽 사막입니다. 시인이 실제로 이곳에 살았다기보다는, 하나님을 모르는 거칠고 호전적인 사람들 틈에 섞여 사는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 것입니다. 마치 양이 이리 떼 속에 있는 것 같은 이질감, "이곳은 내가 영원히 머물 집이 아니다"라는 자각이 들 때, 우리는 비로소 천국 본향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3. 나는 평화요, 그들은 전쟁이라 (7절) 7절 원문을 직역하면 "나는 평화입니다(I am peace)"입니다. 시인은 존재 자체가 평화이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전쟁을 원합니다. 내가 화해의 손을 내밀면, 그들은 그것을 약점으로 잡고 공격합니다. 이것이 성도가 세상에서 겪는 피할 수 없는 긴장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평화의 왕이신 주님이 계신 시온 산을 향해 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첫째, 세상에 대한 '거룩한 불만족'을 품으십시오. 거짓과 다툼이 판치는 세상을 보며 "원래 다 그런 거지"라고 체념하며 동화되지 마십시오. "이곳은 내가 영원히 머물 곳이 아니다"라는 거룩한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 순례의 시작입니다.
둘째, 언어의 폭력을 기도로 이겨내십시오. 직장이나 관계 속에서 억울한 루머나 비난을 들을 때, 똑같이 거짓과 욕설로 맞대응하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됩니다. 그 아픔을 가지고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가십시오. 그것이 승리하는 길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평화를 말하십시오. 세상이 전쟁을 걸어와도, 우리의 정체성은 '평화(Shalom)'입니다. 싸움을 거는 사람에게 휘말리지 말고,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묵묵히 믿음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평화의 왕이신 하나님,
거짓과 다툼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마음 둘 곳 없어 지쳐있는 저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말로 인해 받은 상처들이 화살처럼 아프지만,
사람에게 앙갚음하지 않고 주님께 나아가 부르짖기를 원합니다.
이 땅이 영원한 집이 아님을 깨닫고,
참된 평화가 있는 주님의 품을 향해 믿음의 순례를 시작하게 하옵소서.
전쟁을 원하는 세상 속에서도 끝까지 평화의 도구로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