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은 독사와 의인의 마지막 노래
어두운 동굴 속에서 새벽을 깨우던 다윗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오늘은 불의와 침묵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 터져 나오는 가장 격렬하고도 정직한 분노의 외침, 시편 58편입니다.
뉴스를 보며 의로운 분노에 휩싸여 본 적이 있으십니까? 권력을 가진 자들이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며 불의를 저지르고, 마땅히 정의를 선포해야 할 재판관들이 침묵하거나 부패한 판결을 내리며, 힘없는 약자들의 고통은 외면당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 마음속에서는 “하나님, 대체 어디 계십니까? 왜 이 모든 것을 보고만 계십니까?”라는 외침이 터져 나옵니다.
시편 58편은 바로 그와 같은, 정의가 완전히 실종된 세상 앞에서 한 영혼이 터뜨리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강력한 ‘정의 구현 요청서’입니다. 시인은 이 땅의 통치자들과 재판관들을 향해 그들의 위선과 침묵을 고발하고, 그 어떤 말로도 교화될 수 없는 그들의 완악함을 ‘귀 막은 독사’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법정이 완전히 실패한 그 자리에서, 하늘의 재판장이신 하나님을 향해 일어나셔서 이 모든 불의를 심판해 달라고, 그래서 마침내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모든 사람이 보게 해달라고 절규합니다.
이 시는 불의 앞에서 느끼는 우리의 정당한 분노를 하나님께 가져가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기도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시편 58편 (현대인의 성경)
1 너희 통치자들아, 너희가 정말 공정하게 판결하며 정직하게 다스리느냐?
2 아니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악을 계획하고 땅 위에서 폭력을 휘두르는구나.
3 악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빗나가고 날 때부터 거짓말을 하는구나.
4 그들의 독은 뱀의 독 같고 스스로 귀를 막은 독사 같아서
5 아무리 능숙한 마술사가 주문을 외워도 듣지 않는다.
6 하나님이시여, 그들의 이빨을 부러뜨리고 저 사나운 사자들의 어금니를 뽑아 버리소서.
7 그들이 흐르는 물처럼 사라지게 하시고 그들이 쏘는 화살이 꺾이게 하소서.
8 그들이 달팽이처럼 녹아 없어지게 하시고 달을 채우지 못하고 죽은 아이처럼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하소서.
9 가시나무 불이 가마를 뜨겁게 하기도 전에 하나님이 강한 바람으로 산 자나 죽은 자나 다 쓸어 버리실 것이다.
10 의로운 사람이 악인들이 벌 받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들의 피에 자기 발을 씻을 것이다.
11 그때에 사람들이 “진실로 의로운 사람이 상을 받고 세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이 계시는구나!” 하고 말할 것이다.
시편 58편은 이 땅의 불의한 통치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저주 시(Imprecatory Psalm)’ 중 하나입니다.
이 시는 개인적인 원한을 갚아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가 멸시받고 사회 전체의 질서가 무너진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친히 일어나셔서 당신의 정의를 회복시켜 달라는 공적인 성격의 기도입니다.
시는 통치자들에 대한 고발, 그들의 완악한 본성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신속하고도 완전한 심판을 구하는 간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고장 난 정의: 침묵하는 통치자들 (1-5절) 시는 이 땅의 통치자들, 즉 권력을 가진 자들을 향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너희가 정말 공정하게 판결하며 정직하게 다스리느냐?” 대답은 차가운 “아니다!”입니다. 그들은 마음으로 악을 꾸미고 손으로 폭력을 행합니다. 시인은 그들의 본성을 끔찍한 이미지, 즉 ‘귀를 막은 독사’에 비유합니다.
아무리 능숙한 술객이 피리를 불어도, 스스로 귀를 막아버린 독사는 결코 춤을 추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이 악한 통치자들은 하나님의 율법이나 양심의 소리, 고통받는 자들의 신음 소리에 의도적으로 귀를 막아버렸기에, 그 어떤 말로도 교화되거나 변화될 가능성이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악은 실수가 아닌, 고의적이고도 완고한 선택입니다.
2. 거룩한 분노: 심판을 향한 부르짖음 (6-9절) 교화가 불가능한 이들을 향해, 시인은 마침내 하나님의 심판을 구합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폭력적이고 충격적입니다. “그들의 이빨을 부러뜨리고… 어금니를 뽑아 버리소서.” 이는 그들이 약자들을 물어뜯는 포식자(사자)와 같으니, 그들의 파괴적인 힘의 원천을 제거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그는 그들이 흐르는 물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달팽이처럼 녹아 없어지며, 햇빛도 보지 못한 채 죽은 아이처럼 되기를 간구합니다. 이 끔찍한 이미지들은 악에 대한 시인의 깊은 증오와, 하나님의 심판이 얼마나 신속하고 완전하게 임하기를 바라는지를 보여줍니다.
3. 심판의 목적: “하나님이 계시는구나!” (10-11절) 이 무서운 심판의 기도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개인적인 복수의 쾌감이 아닙니다. 11절은 그 목적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 심판을 본 사람들이 마침내 “진실로 의로운 사람이 상을 받고 세상을 다스리는 하나님이 계시는구나!(אַךְ יֵשׁ־אֱלֹהִים שֹׁפְטִים בָּאָרֶץ, 아크 예쉬-엘로힘 쇼프팀 바아레츠)”라고 말하게 하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이 땅에 명백히 드러남으로써,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분의 통치를 인정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저주 시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의인들의 기쁨은 악인의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마침내 정의가 승리하고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는 것을 보는 데 있습니다.
시편 58편은 불의한 세상 앞에서 우리가 어떤 영적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가르쳐줍니다.
첫째, 당신의 ‘의로운 분노’를 하나님께 가져가십시오. 세상의 불의를 보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영적으로 죽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거룩한 감정입니다. 그러나 그 분노를 인간적인 복수심이나 파괴적인 증오로 키우지 말고, 시인처럼 기도의 자리로 가져가십시오. 하나님께 당신의 분노를 정직하게 쏟아놓을 때,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룩한 기도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심판의 권한을 하나님께 온전히 위임하십시오. 우리는 종종 내 손으로 직접 악을 심판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시편 58편은 우리에게 ‘이빨을 부러뜨려 달라’고 기도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직접 그들의 이빨을 부러뜨려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심판은 오직 가장 공의로운 재판장이신 하나님의 주권적인 영역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구하되, 최종적인 심판의 ‘망치’는 하나님의 손에 온전히 맡겨드리는 것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신뢰하며 살아가십시오. 이 시편의 마지막 고백처럼, 우리가 붙들어야 할 최종적인 소망은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입니다. 지금 당장은 악이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로운 판결이 기록될 것입니다. 그 마지막 날을 소망하며, 오늘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작은 정의를 실천하고, 잠잠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의인의 삶입니다.
세상을 다스리시는 공의의 하나님,
주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들이 이 땅에 가득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귀를 막은 독사처럼 주의 목소리를 외면합니다.
이 모든 불의 앞에서 터져 나오는 저희의 분노와 탄식을 들으소서.
저희가 인간적인 방법으로 복수하려 하지 않고,
모든 심판의 주권을 오직 주님께만 맡겨드립니다.
주여, 일어나셔서 악인의 이빨을 부러뜨리시고,
이 땅에 주의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사람이
“진실로 의로운 사람이 상을 받고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계시는구나!”라고 고백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