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편
[시편 8:1-9, 현대인의 성경]
¹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² 주의 대적 때문에 주께서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셨으니 이는 원수들과 복수자들을 잠잠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³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봅니다.
⁴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십니까?
⁵ 주께서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습니다.
⁶ 주의 손으로 만드신 모든 것을 그가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으니
⁷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⁸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입니다.
⁹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혹시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거나, 광활한 대자연 앞에 서서 '나는 정말 먼지처럼 작은 존재구나'라고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시편 8편의 시인 다윗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빚어낸 저 거대한 우주 앞에서 자신의 왜소함을 느끼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는 실존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십니까?" (4절)
이것은 단순히 '나는 작다'는 감상적인 고백이 아닙니다. 이 질문은 오늘, 수백 통의 이력서 중 하나로 내 인생이 평가받는 것 같을 때, 화려한 SNS 피드 속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나의 평범한 일상을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낄 때,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수많은 불빛 중 하나로 내 존재가 희미해질 때 우리 마음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터져 나오는 외침과도 같습니다. '이토록 거대한 세상 속에서, 과연 누가 나 같은 사람을 기억하고 돌보기나 할까?'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우리의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반전입니다. 하나님은 이 보잘것없는 존재를 [מֵאֱלֹהִים | me-Elohim | 메-엘로힘] '하나님(혹은, 천사들)보다 조금 못하게' 지으시고, 왕의 대관식처럼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다’고 선포합니다.
세상이 우리의 '스펙'과 '성과'로 가치를 매길 때, 하나님은 우리의 존재 그 자체에 '영화와 존귀'라는 왕관을 씌워주시는 것입니다. 실수하고 넘어진 나에게 세상의 목소리가 "너는 실패자야"라고 속삭일 때, 하나님의 음성은 "아니, 너는 여전히 나의 존귀한 자녀이며 나의 파트너다"라고 선포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씌워주신 이 왕관은 단지 명예가 아닙니다. 그것은 ‘다스림’이라는 왕적인 책임과 사명을 동반합니다(6-8절). 이것은 자연을 착취하고 지배하라는 명령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마음으로 그분의 피조 세계를 사랑으로 돌보고 관리하는 책임자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나의 재능을 그저 나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나누고 봉사하는 것. 직장에서 부당함에 침묵하는 대신,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는 것. 나에게 맡겨진 자녀나 후배들을 억압이 아닌 사랑으로 양육하고 이끌어주는 것. 이 모든 행위가 바로 왕 같은 청지기의 사명을 수행하는 거룩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위대한 하나님의 권능이 세상의 강하고 지혜로운 자들이 아닌,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을 통해 세워진다는 사실입니다(2절). 복잡한 이해관계를 따지는 어른들의 회의보다, 아이가 서툰 글씨로 써 내려간 감사의 카드 한 장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처럼, 하나님은 계산과 편견 없이 순수하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들의 찬양을 통해 세상의 모든 냉소와 교만을 잠잠하게 만드십니다.
결국 이 모든 묵상의 여정은, 시편의 처음과 마지막을 감싸는 장엄한 찬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처음 이 구절을 읽을 때는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었다면, 이제는 그 자연 속에서 티끌 같은 나를 발견하시고 존귀한 왕으로 세워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에 대한 감격의 찬양이 됩니다.
오늘, 세상의 기준 앞에서 스스로를 작고 초라하게 느끼고 계시다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우주를 만드신 하나님의 손에 의해 영화와 존귀의 관을 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자의 노트>
시편 7편의 인간 세상 법정에서 벌어지던 치열한 공방을 뒤로하고, 시편 8편은 우리를 하나님의 창조 법정이라는 광활한 무대로 이끌어주었습니다. 땅의 문제에만 매몰되었던 우리의 시선을 들어 하늘을 보게 하고, 우리의 진짜 가치를 재발견하게 하는 이 시편은, 마치 여정 중 잠시 숨을 고르며 마시는 시원한 샘물과도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관점과 정체성을 '우주적으로' 재조정한 뒤, 시편 9편은 다시 역사의 현장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즉 하나님의 통치와 인간의 존귀함을 깨달은 눈으로, 역사 속에서 악인들을 심판하시고 의인들을 도우시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통치를 찬양하게 될 것입니다.
9편과 10편은 원래 하나의 시편이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두 편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정의가 어떻게 역사 속에서 구현되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