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절망과 하나님의 영원한 언약 사이의 긴장
어제 우리는 가장 깊은 어둠을 노래했던 시편 88편을 묵상했습니다. 오늘은 그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언약을 붙들고, 찬양으로 시작해 탄식으로 이어지지만 결국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노래하는 장엄한 제왕시, 시편 89편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우리가 굳게 믿었던 약속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왕위가 영원할 것이라고 맹세하셨지만, 현실은 예루살렘이 짓밟히고 왕관이 땅에 떨어진 처참한 상황입니다. 믿음과 현실의 이 거대한 괴리 앞에서 시인은 침묵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하나님의 언약서를 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따져 묻습니다.
시편 89편은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에 대한 웅장한 찬양으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처참하게 무너진 현실을 고발하며 도대체 주님의 약속은 어디에 있느냐고 절규하는 탄식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은 불신앙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약속을 너무나 진지하게 믿었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치열한 기도의 씨름입니다.
89:1 (에스라 사람 에단의 교훈시) 여호와여, 내가 항상 주의 사랑을 노래하며 주의 성실하심을 대대에 전하겠습니다.
89:2 주의 사랑이 영원하며 주의 성실하심이 하늘처럼 견고하다고 내가 말하겠습니다.
89:3 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내가 택한 자와 계약을 맺고 내 종 다윗에게 맹세하였다. 89:4 내가 네 자손을 영원히 세우며 네 왕위를 대대에 견고하게 하겠다. (중략)
89:46 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 주께서 영원히 숨어 계시겠습니까? 주의 분노가 언제까지 불처럼 타오르겠습니까?
89:49 주여, 주의 성실하심으로 다윗에게 맹세하신 그 전의 인자하심이 어디 있습니까?
89:52 여호와를 영원히 찬양하라! 아멘, 아멘.
시편 89편은 에스라 사람 에단의 교훈시로, 시편 제3권(73-89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입니다. 이 시는 다윗 언약에 기초하여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을 찬양하는 찬양시의 성격과, 국가적 재난 앞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호소하는 탄식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다윗에게 주신 영원한 언약을 노래하지만, 후반부에서는 그 언약과 모순되어 보이는 비참한 현실을 토로하며 하나님의 개입을 촉구합니다.
영원한 사랑과 성실하심을 노래함 (1-37절) 시인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먼저 하나님의 사랑(헤세드)과 성실하심(에무나)을 노래하며 시작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하신 맹세, 즉 네 자손을 영원히 세우며 네 왕위를 대대에 견고하게 하겠다라는 약속을 상기시킵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능력의 하나님께서 하신 약속이기에, 이 언약은 결코 파기될 수 없음을 확신하며 찬양합니다.
무너진 현실과 탄식 (38-51절) 그러나 38절부터 분위기는 급반전됩니다. 그러나 주께서 주의 기름 부음 받은 자에게 노하사 물리치셨으며라고 시인은 고발합니다. 영원할 것이라던 왕위는 땅에 엎드러졌고, 성벽은 무너졌으며, 왕은 이웃들의 비방 거리가 되었습니다. 시인은 이 괴리감 속에서 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라고 부르짖으며, 하나님께서 맹세하신 그 옛적의 인자하심이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고 따져 묻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 (52절) 이 길고 격정적인 탄식의 끝은 놀랍게도 찬양으로 마무리됩니다. 여호와를 영원히 찬양하라! 아멘, 아멘. 비록 현실은 암울하고 하나님의 응답은 더디게 느껴질지라도, 시인은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끝까지 신뢰하며 찬양으로 기도의 문을 닫습니다. 이는 상황이 해결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은 결국 약속을 지키시는 분임을 믿는 믿음의 결단입니다.
첫째,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성품을 찬양하십시오. 상황이 좋을 때 찬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속이 파기된 것 같은 절망 속에서도 내가 항상 주의 사랑을 노래하며라고 고백하는 것이 성숙한 신앙입니다. 현실보다 크신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바라보십시오.
둘째, 약속을 붙들고 하나님께 따져 물으십시오. 기도는 점잖은 독백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약속과 내 현실이 다를 때, 그 약속을 근거로 하나님께 호소하십시오. 하나님은 자신의 약속을 기억하며 부르짖는 자의 기도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셋째, 찬양으로 기도를 마무리하십시오. 아직 응답이 보이지 않아도, 결론은 찬양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찬양은 하나님께서 결국 선을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의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신실하신 하나님, 현실은 약속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고, 주의 침묵은 길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주님의 인자하심과 성실하심은 하늘보다 높고 영원함을 믿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도 주님의 언약을 붙들고 기도하오니,
무너진 곳을 다시 세우시고 주님의 신실하심을 증거하게 하옵소서.
결국은 찬양이 되게 하실 주님을 신뢰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