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다시 소환되었던 그 당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크고 화려했던 행사는 아직도 많은 기억들도 남아있다.
<'응답하라 1988' 구글 갈무리>
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는 마스코트 호돌이, 굴렁쇠 소년, 성화 주자는 손기정 옹, 불타는 성화대, 북한 불참 등 경기 외에서도 많은 이슈를 남긴 대회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기억에 깊이 자리 잡은 것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남자 100m 결승전'이었다. 그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1988년 당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단거리 주자)는 양분되어 있었다. 1984년 LA올림픽 육상 4관왕(10m, 200n, 400m 계주, 멀리뛰기)에 빛나는 '칼 루이스(Carl Lewis)'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후 무섭게 성장하고 있던 '벤 존슨(Ben Johnson)'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그들의 매치업이 성사되기를 기대했던 많은 이들의 바람에 부응하며 결승전까지 무난하게 진출했다. 1988년 9월 24일 잠실 주 경기장 스타트라인에 그들이 자리했을 때, 세상은 '찍'소리도 내지 않았다.
"탕!" 하는 출발 총성이 울리고, 벤 존슨은 특유의 초반 스타트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튀어나갔다. 초반 50m는 그의 몫이다. 상대적으로 후반에 처지는 그였기에 초장에 거리를 많이 벌려놓아야 했다. 하지만, 칼 루이스는 걱정하지 않는다. 60m에 그가 모두를 뒤집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대로 칼루이스가 긴 보폭을 내세우며 모두를 성큼성큼 따라잡았다. 보는 모든 이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벤 존슨이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그때 영상을 찾아보면 10m여를 남기고 칼루이스가 당황해하는 모습과 벤 존슨이 여유롭게 한 손을 치켜들며 골인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1위 벤 존슨, 2위는 칼 루이스.. 그 이후는 모르겠다(관심도 없다..).
9.79초, 세계 신기록이었다. 우리나라 잠실운동장에서 100m 세계 신기록이 작성된 것이다.
벤 존슨의 완벽한 승리였다!
<구글 기사 갈무리>
모두가 열광했다. 언론도, 관객도,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TV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등학생도..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아해하고 경악했다. 벤 존슨이 꾸준히 성적이 좋았지만, 칼 루이스도 육상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압도적일 줄은.. 칼 루이스의 레이스가 나쁘지 않았는데, 벤 존슨이 세계 신기록을 작성할 정도인가 등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회자되는 듯했다.
하지만, 3일 후 뉴스를 통해 모두는 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벤 존슨 약물복용"
정말, 깜짝! 놀랐다.
지금에야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예전과는 다르고, 약물 복용으로 인한 스포츠 스타에 대한 뉴스가 많이 있어서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당사자는 예나 지금이나 타격이 크지만). 하지만, 그 당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약물을 복용했고, 메달을 박탈당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스포츠계에서 대서특필이 되고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당사자인 벤 존슨은 도망가듯이 출국을 했고, 그 메달은 2위로 들어온 칼 루이스에게 돌아갔다(그는 멀리뛰기를 포함해서 대회 2관왕이 되었다). 그의 약물 복용을 적발해 낸 도핑센터는 박수를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세운 세계 신기록은 날아가버렸다(아쉽지만, 그게 대순가?).
1988년의 여름이 너무 뜨거웠나 보다. 역사적 빅매치는 그렇게 사그라들었다.
그 당시 우리는 조금만 달릴 때도 '벤 존슨', ' 칼 루이스'를 언급할 정도로 친숙하고 유명한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도핑 사건 이후로는 잘못한 친구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만큼 기대하고 기다렸고, 열광하면 지켜봤고, 아쉬움에 실망했던 시간이었다.
달리기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목표'와 '목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등과 금메달이 맹목적인 목표가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스포츠맨십'은 중요하지 않을 테니.. 우리 삶의 그것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공, 돈, 명예가 목표가 된다면, 약물보다 더 한 것도 스스럼없이 자행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