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나는 뚜벅이다.
내 차로 출퇴근한 적이 없이 대중교통 체계에 맞춰 30년 가까운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 택시와 기차 같은 대중교통 시설에서 이것저것들을 본다. 그런데 대부분 눈에 띄는 것은 좋은 것보다 불편한 것이 먼저 보인다. 그중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버스와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임산부 배려석이다.
버스와 지하철 등에 설치된 노약자 또는 임산부 배려석은 특정한 이들을 위해 별도로 설치해 둔 시설이다. 찾아보니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 증진법>에 근거해서 설치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제9조(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대상)
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대상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한다.
1. 교통수단
2. 여객시설
3. 도로
그리고 이런 자리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비어 있더라도 그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은 앉지 않는 것이 맞다. 언제 그 자리가 필요한 사람이 탈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나도 그럴지 모르지만) 무심결에, 힘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털썩 앉게 된다.
그렇게 앉은 사람은 그 자리가 필요한 교통약자들이 탑승해도 자리를 비켜주는 경우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만삭이 아닌 임산부의 경우에는 거꾸로 '멀쩡하구먼..'이라는 말없는 면박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임산부에게 발부된 '임산부 배지'도 무시되기 일쑤이다.
나는 상상한다.
만약 내가 복잡한 버스나 지하철에 만삭인 아내, 또는 고령의 부모님과 탔는데.. 눈을 마주치기 싫어서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거나 (척) 하거나, 스마트 폰을 핑계 삼아 외면한다. 이런 모습을 대비해서 '적어도'이 정도는 비워달라고 한 이 '배려석'들이 오히려 원망스러울 뿐이다.
모두가 안다. 이 자리는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해한다. 나도 힘들고 피곤하다. "나도 약자다!!!" 하지만, 아건 아니지 않을까...
이 글은 개인적인 소견(所見) 일뿐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뚜벅이로서 매번 마주하는 상황에 홀로 울그락불그락하곤 했다. 법과 규정, 세태와 사회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조금은 바뀌었으면 한다.
새벽 5:50 지하철, 텅텅 빈 자리 속에도 핑크빛 자리에는 어떤 머슴아이가 앉아있다. 피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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