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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선생 Feb 09. 2024

82세 프로야구 감독의 성공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성공법칙 12

야구인 김성근 

최근 jtbc의 <최강야구>로 더 인기를 얻게 된 '야신 野神'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정규시즌 통산 1384승을 거뒀으며 0.536의 승률을 기록했다. 


그의 통산 승수는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의 1567승에 이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대 감독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다음에 올라있는 김인식 감독(980승), 김경문 감독(940승) 등의 면면을 봤을 때, 김성근 감독의 기록에 범접하는 감독이 나오기에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야신'으로 불리기 전 그의 별명은 '우승 청부사'였다. 그 이유는 프로야구에서 꼴찌 또는 존폐 기로에 놓인 팀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 1989년 태평양 돌핀스, 전년도 7위에서 3위 달성.

- 1996년 쌍방울 레이더스, 전년도 8위에서 2위 달성 및 1997년 3위 달성.

- 2002년 LG트윈스, 전년도 6위에서 코리안시리즈 진출.

이 모두가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첫 해에 거둔 성적들이다. 우승이나 팀의 쇄신을 위해 그를 찾는 구단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jtbc '최강야구' 화면 캡처>


하지만, 이렇게 높은 그의 명성과 다르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길과 그의 인생은 순탄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이다. 이런 그의 출신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외면받는 천덕꾸러기와 같은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교토상호차량)에서 선수로 활동하다 1960년에 우리나라 동아대학교에 스카우트되었다. 


왼손 투수로 괜찮은 수준을 보였던 그는 동아대학교를 중퇴하고 교통부, 기업은행 등 실업팀과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하지만 27살이던 1969년에 혹사 등으로 인한 어깨 부상으로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마감하였다. 너무 이른 나이였다. 


그 이듬해 마산상고 야구부 감독을 시작으로 야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의 나이 28살이었다. 


이후 여러 아마추어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41살이 되던 1982년, OB베어스(두산 베어스의 전신)의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KBO 프로야구의 지도자 생활을 이어왔다. 지도자로서 그의 행보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없었던 '데이터 야구'와 '지옥훈련'은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구단들은 끊임없이 그를 찾았고, 죽어가는 팀을 소생시키기 위해 온갖 생존전략을 찾아냈던 그는 '야신'으로 불리게 되었다. 

김성근 감독이 '야신'으로 불리게 된 것은, 2002년 코리안시리즈에서 LG트윈스를 이기고 우승한 삼성라이온즈의 김응용 감독이 "LG의 김성근 감독이 너무 잘했어요. '야구의 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라고 언급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KBO 감독 생활을 하면서 7번을 잘렸으며, 가는 팀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위권 팀들을 부활시키는 기적을 만들어낸 그였지만 정작 KBO리그에서 첫 번째 우승을 이룬 것은 2007년 SK와이번스의 감독으로서 이다. 이때 그의 나이 66세로 KBO 지도자 생활 이후 26년 만에 일이다. 그의 성공으로 가는 과정은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지도자 김성근

'우승 청부사', '야신' 등 많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명장名將이지만, 선수이자 지도자로서 그의 행적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프로야구 판에서 돌연변이로서 질타를 받으면서도 그는 담쟁이덩굴처럼 버텨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독립리그와 일본리그 등 KBO 밖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했으며 80세를 넘긴 지금도 은퇴한 선수들을 데리고 새로운 승부를 만들어 가는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책 <인생은 순간이다>에서 그가 처음 내뱉는 일성一聲은 '一球一無(공 하나만 있을 뿐 다음은 없다)'이다. 야구나 인생 모두 지금 이 순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우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강조하다. 

왜 마흔이면 야구를 끝낼 생각을 하는가? 쉰까지 야구를 하겠다는 의식이 왜 안 생기느냐는 것이다.


그의 야구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고 부딪히고 깨지며 쫓겨날지언정 한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시행착오가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아무런 족적도 없이 사라진 감독들에게서는 이런 도전과 실패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설령 실패를 하더라고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러한 과정은 실패가 아니며 새로운 창조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나오면 이게 성공할까, 실패하면 어쩌나 망설이지 말고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겨라.


그는 이렇게 도전하기 위한 첫 번째 자세로써, '왜?'라고 질문하라고 강조한다. 

어떠한 상황이나 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를 흘려보내는 사람과 그것을 물고 늘어져 결과를 만드는 사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끝없이 탐구하고 결국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비단 야구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일들은 다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을 아는 것이 일을 풀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인 것이다. 

세상 일은 모두 "왜?"라는 퀘스천 마크를 갖고 그 속으로 들어가 깊이 관찰해야 답이 나오는 법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공부는 성장을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어느 순간 이후에는 공부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공부를 해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여긴다. 성장하지 않는 것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고 후퇴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과 남다른 경험을 가진 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내가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공부하지 않으면 후퇴하게 된다.


리더의 자세

리더는 고독한 자리이다. 특히, 자신의 신념과 고집이 강했던 김성근 감독은 승리도 패배도 그리고 인생도, 혼자 감내했다. 자신의 약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그는 선수는 물론, 코치들과도 저녁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혹시라도 자신의 푸념이 그들에게 약점으로 보일 까봐서이다. 


그는 암 수술을 3번 했다. 시합을 마치고, 훈련을 마치고 혼자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고 홀연히 다시 팀으로 돌아왔다. 훈련을 하는 중에 땀이 솟아나고, 피를 쏟아내곤 했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감독실로 돌아와서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스스로 외톨이를 자처했다. 리더는 그렇게 홀로 고민하고 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여겼다.


리더는 어마어마하게 참아야 하는 사람이다. 참고, 견디고, 이겨내는 사람이다. (중략) 그러니 외롭고 고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리더로서의 무게감을 강조했던 그는 선수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여겼다. 어리광과 투정을 다 받아주다 보면 그 선수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가늠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끔 TV 등을 통해 그가 하는 훈련 이야기를 보면, 선수들을 대하는 그의 철학과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용장勇將 밑에 약졸弱卒 없다'는 말이 담은 뜻과 일맥상통한다.

부모의 마음이 약해지고 흔들리면 자식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출처: 구글 검색>




1964년, 김성근 감독은 오직 야구를 위해 가족들을 일본에 남겨두고, 우리나라에 영주귀국을 결정하고 입국하였다. 아무도 없는 한국에 혈혈단신으로 떨어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야구를 했다. 차별받고 무시당했던, 한국과 일본 어느 한쪽에도 설 수 없었던,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했고, 실패할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찾으려 했고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는 않았다. 


그의 이런 노력들이 모여 만년 꼴찌팀을 우승 후보로 만들고, '야구 왕조'를 이룩하기도 했다. 세상은 그를 손가락질하며 비난했지만 결국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그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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