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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아빠 Aug 02. 2021

43살 회사에서쫓겨나다.

43살의 나와 43살 때 아버지.

43세.  회사에서 잘리다. 

43세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되다.


나의 43살과 아버지의 43살은 그렇게 불행이라는 게 인생의 크나큰 일이 생긴다.


현대자동차 최초 중형차라는 스*라 를 타고 지방 출장을 가던 아버지는 10월 3일 개천철. 망향휴게소 근처 부산 방향에서 트레일러에 추돌.  경추 3번 뼈가 부러지는.  가슴 아래로는  모든 신경이 끊겨 버린  그런 경추 환자가 된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비뇨기과, 재건성형외과,  순환기내과.  피부과. 재활의학과, 나중에는 정신과까지 아마도 산부인과하고 소아과 빼고는  진료와 치료를 다 받은 거 같다. 


 32평 아파트가 3천만 원이던 시절에 병원비가 1억이 넘게 나왔으니,  보험회사에서는, 아마도 아버지가 죽기를 바랐을 거다.  병원비보다 보상금이 더 싸다고 할터이니.


병원의 높은 벽과 보험회사의 얄팍한 술수, 보험금 두고 벌어지는 인간군상들.  13살에 배웠다.  


증권회사.  재미있는 곳. 돈과 돈이 오가고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곳.  그러면서 돈을 좇고 돈에 울고 웃는 곳.  난 그런 곳에 있었다.  홍콩 본부와 저기 뉴욕의 높으신 분까지 연락도 없이 온다.  그리고 마치 면접장 소와 같은 그런 장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나중엔 안 사실이지만 사람 자르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엄숙한 분위기,  단호한 어조.  여지가 없는 단정적 단어들. 난 그렇게 11년을 보낸 회사에서 쫓겨 난다.

33살에 이곳저곳을 떠돌다, 정착 한 곳.  집도 사고,  결혼,  그리고 아이까지 얻게 된 그곳에서 몇몇 의 살랑 거리는 눈웃음을 받으면서 그렇게 나와 회사의 관계는 끝이 난다.


사실 끝이라는 게,  급여와 보너스 정산, 세금 정산, 그리고 법적으로 아무 관계가 아니라는 그런 요식 행위까지 해야 그렇게 끝이라는 거였다. 그걸 43살에 배운 거다.


>>>> 회의 가 있어 이만. 다시 이어집니다. 글은. <<<<<<


선선한 가을바람에 실 같은 월급쟁이 로서의 삶은 끝이 난다.  월급쟁이로써의 삶이지 ,  내 삶이 끝난 것은 아니리라.  지금 보다 더한 혹독한 시련도 있었으니, 지금이야 내 삶이 치졸하겠지만,  앞으로야, 또 다른 길이 있으리라.   일단 먹는다.  눈치 볼 사람,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돈이 궁하지도 않으니, 먹고 싶은 것, 찾아가서 목고 싶은 것 다 먹어 본다. 하루 이틀이야 모르지만,  슬슬 불러오는 배와 허리 벨트의 구멍도 조금씩 넓어진다. 어라..  살이 찌네,  내가 이렇게 맘 편하게 살이 쪄도 되나? 마음이야 조급하고 뭔가를 이루어 내어 내 삶을 다시 남들과 같은 아니면 내가 꿈꾸던 그런 나로 가야 하는데. 그건 마음일 뿐, 몸은 좀 더 자극적이고 짜릿한 것을 원한다.  짜릿하면서도 남의 눈에 더 그럴싸한 나로 보이려면? 뭘 해야 할까?  돈.


돈 앞에는 부모형제도 없다고 하시던 아버지. 궁핍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당장 현금으로 몇억을 손에 쥐니 보험금으로, 그리고 작은 사업을 처분한 대가로.  형제들이 달려든다.  뭘 해야 한다. 뭘 사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 청와대부터 대기업, 정부 고관대작까지 이름을 들먹거리며 달려든다.  연옥에 산다는 아귀가 아마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모습이겠지.



육체 노동자는 아니었으나, 아버지는 납품을 하고 어음으로 결제를 받는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 앞에서 일하고, 차디찬 겨울날, 따듯한 난방이 되는 사무실에서 손님들 줄 세우고 앉아 일하는 은행원들.  아버지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들이.   그저 그런 대학에서 생화학과를 졸업한 나는 그런 아버지의 기대 아니면 꿈처럼, 은행을 첫 직장으로 간다.  그런데 그 은행이라는 곳이,  시중 은행이 아닌, 우리보다 이전 세대에서는 그리 부러워했다는 외국계 은행이다.  미국계, 영국계, 프랑스, 독일 이름만으로 선망의 나라들 (지금은 절대 아니고,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면, 이들은 절대 모를 일)의 은행들.  은행도 좋은데,  이름 있는 나라의 이름 있는 은행이라니.. 난 아버지의 자랑이면서, 또 다른 경쟁자가 된다.  아버지는 종일 침대에 누워, 욕창이 생길까 두려워 온몸 옆 굴리기를 하면서도 삶을 계속하신. 난 다르다.  아버지와 는 다르다. 생김새도, 하는 일도, 사지 육신 멀쩡하다. 누구나 차럼 난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 난 아버지와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였다.  너무나도 뒤늦게 뼈가 으스러지도록 알게 된.  난 틀렸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였다.


43살의 나.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가고 싶고, 원하는 게 이렇게 많은데, 43살의 아버지 또한 그랬으리라.

13살의 나는 43살의 그런 아버지가 너무나 할아버지처럼 모든 인생을 다 사신 분으로만 보았으니,  헛웃음만 나올 일이다.


>>>> 회의 가 있어 이만. 다시 이어집니다. 글은. <<<<<<



실직자의 삶이라는 게, 그리 녹록지 않다. 하릴없는 하루에 자존감은 무너져 가고, 오는 전화와 문자는 스팸성 일 뿐,  연락 오는 곳도 서서히 줄어든다. 몸무게는 하루에 한 끼 식사량만큼 계속 줄어든다.  담배는 늘어 가고, 긴한 숨은 적막감만 만든다. 먼저 전화를 할까? 문자를? 아냐 오겠지, 새해가 되었으니 바쁜 일 지나가면 연락 오겠지 하고 막막한 현실을 외면해본다. 아 그래서 내가 연애를 못하는 체질인가 보다. 기다리는 것 못하고 싫어하니, 누군가를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 힘들고 싫다. 정말 싫다. 눈앞에 손안에 다 있어야 만 한다. 지금 손안에 무얼 쥐고 있는가, 무얼 쥐어야 하는지



쌀쌀한 한 겨울, 동네 독서실 한편에서 이 책 저책을 뒤적여 본다. 독서실 1층, 뒤켠에서의 담배 맛이 왜 이리 쓴 지. 그렇지... 그날 저녁 아버지는 눈도 못 감으시고 하늘로 가셨다. 늦은 오후, 그리 이뻐하시던 손녀딸과 전화로 힘든 대화를 이어 가시던, 그게 작별 인사였구나. 아들한테도 안 한 작별인사를 그 누구도 아닌, 손녀딸에게. 하나뿐인 손주에게 하셨구나.


스스로 준비 한 패키지.


커다란 백팩.

고기 굽는 화로.

알루미늄 도시락.

번개탄.

스틸녹스 120알.


자 준비는 되었다. 이제 장소를 물색해야지.  곤히 자고 있는 와이프와 눈에 넣어 도 아프지 않을 딸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운전을 한다.  아버지가 계신 그곳 근처의 한적 한 곳. 


고속도로로 가면 흔적이 남으니,  국도로만.

핸드폰은 집에 두고 나온다. 자 장소를 찾았으니, 무언가 의식을 치우어겠다.  담배를 한대 깊이 피우고.

지나온 삶을 홀터 보고. 다시 의미를 두여 한다. 내가 왜 이 선택을 해야 하는지. 치욕감. 패배. 희망 없는 삶. 삶의 무의미. 반대로 왜 살아야 하냐고? 일단 여기까지 예행 준비다. 


다시 패키지를 싸고. 차를 돌린다.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 딸은 곤히 자고 있다. 고맙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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