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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Apr 22. 2022

아이들에게 배운 지혜

저는 20년 동안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3~4살 영아들을 보살피고 있어요. 올망졸망했던 아이들이 쑥쑥 커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과 같이 있으니까 일반 회사원처럼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을 일이 없을까요? 그런데 저희도 영유아들에게 상처받습니다.  

“얘들아 우리 손 씻으러 갈까요?” “싫어” 

“이제 점심시간이에요? 맛있는 밥 먹어요.” “아니” 

하루 종일 싫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를 기분 좋게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일이 제 일이죠. 3, 4세 아이들도 이런데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요?     


20년간 아이들을 상대했던 제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는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은 상대방에게 “왜 그렇게 생각했어?”“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라고 질문하면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말을 잘못하는 사람입니다. 말하려고 하면 먼저 주눅부터 들지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하지’ 라고 생각하느라 말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요. 그런데 보육교사의 일하게 됨에 따라 말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더라고요. 성대모사까지 너무 잘하시는 동료 교사를 보며 “나는 왜 말을 잘 못하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이유는 많겠지만 저희 할머님께서 제가 어릴 때 “가스나 어디 말 대꾸하노?”라고 야단치셨어요. ‘아 말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였어요. 이유를 알고 나를 꼭 안아주며 “향아 너도 말 잘 할 수 있어.”라고 위로했어요.

말을 안 해 봤기에 소통의 어려움은 당연히 있었어요. 낄 때와 빠질 때를 몰라 “선생님 또 저런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읽고 강의도 들으며 연구하기 시작했죠. 터득한 나만의 방법이 질문하는 것이었어요. 질문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엿볼 기회를 마련해 주거든요. 평소에 “선생님은 왜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질문하면 “매일 똑같은 일은 재미없어요.”라고 대답 해 줘요. ‘선생님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야.’라고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죠. 하나씩 모아 차곡차곡 쌓아두면 그 사람이 오해 소지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이해 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생기게 되었어요.

평소에 “피곤해 보여”. “힘들어 보이네” 질문하면 대답 들으며 알게 되고 서로 친해질 수 있게 되었어요. 누구나 나에게 관심 갖는 사람을 좋아하고 말하고 싶어하고 기다려 줘요.  

4살 아이가 결석한다는 하실 때 “네”라고 대답하면 끝날 일을 질문했더니 엄마가 꽃게 먹고 싶다고 하셔서 바닷가에 가는데 큰 바다에 가야 한대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물었더니 큰 바다에 인어 공주가 살기 때문이래요. 질문은 또 생각하는 힘을 줘요.  


6세 남자아이가 저에게 질문을 했어요. “선생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 으흑 깜짝 놀랐지요. 저는 진정하고 대답했지요. “선생님은 여자지” “선생님은 가슴이 왜 작아요.” 그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흡 한 번하고 대답했지요 “가슴이 큰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단다.” 
 
 아이의 말이었지만, 저 상처 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친구에게도 사연이 있더라고요. 

아이를 하원시킬 때였어요. 저에게 곤란한 질문을 했던 남자아이를 어머님이 데리러 오셨습니다. 그때 이 남자아이의 사연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크시더라고요.  
 동료교사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깔깔 웃으시며 그해 생일 선물로 뽕이 들어간 속옷을 받았지요.
 
 저는 잘한 줄 알았어요. 최선을 다해 답 해 주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6세 남자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더라고요. 한창 성에 관심을 가질 시기에 궁금했을 거예요.
 제가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질문 했더라면 6세 남자아이는 답하고 궁금증을 풀 수 있었을 거예요. 그 아이의 마음을 몰라 줘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6세 남자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거예요. 그 아이는 기억도 못 하는 일 일 수 있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고백하고 싶어요.
 “ 선생님이 너 마음을 읽어주지 못해 마음이 쓰였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어? 라고 질문했더라면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텐테 아쉽네.
 잘 지내고 있지? 코로나 끝나면 우리 한번 봤으면 좋겠어. 잘 지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적당히 눈치껏 알아야 하죠. 이렇게 잘 모르니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그때 누군가가 질문을 해줬다면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근육이 생겼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오늘 어땠어?”라고 말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은 날이 되기를 바라며 우리 다 함께 “오늘 어땠어?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함께 질문해볼까요?  

 "오늘 어땠어? 왜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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