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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Apr 22. 2022

약! 약을 안 먹였어요. ㅠㅠ

 금요일 저녁 나는 저녁밥을 맛있게 그것도 많이 먹었다. 모처럼 가족이 함께 모여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닭 닭 요리를 먹었다. 배도 부르고 우리 가족이 모여 대화 시간 갖고 있었다. 그 즐거운 시간에 휴대폰의 벨 소리가 울렸다. 

     

 원장님의 전화다. 평소에 퇴근하면 전화 안 하시는 원장님이시기에 ‘일이 있으신가보다’라며 “네, 원장님” 이라고 전화 받았다. 원장님께서 “송 선생님 싱글이 목요일과 금요일 투약보고서 제출이 안 되어 있어요? 투약보고 해 주세요.”라고 하신다. '으아악' 그 순간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약을 안 먹인 것이다. 약을 안 먹인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약이 있는 줄 몰랐다. 순간의 침묵이 흐른다. 원장님께서 “약 안 먹이셨어요.”라고 하신다. 개미 똥구멍만한 목소리로 “네, 약 있는 줄 몰랐어요”라고 답하자 원장님께서 “그럼 어머님과 통화하세요.”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어셨다.      


 매일 가방을 열어 확인한다. 물병을 꺼내 물을 담고 “싱글아 물병자리에 물병 올려줘요.” 라고 말하자 싱글이는 물병을 받아 물병자리에 올리더니 “무”이라고 말한다. 교사가 “싱글아 물병이야 물 병”이라고 말하자 싱글이도 웃으며“무병”이라고 따라 말하는 모습이 웃음이 저절로 났다. “우리 싱글이 귀여워”라고 말했다. 개인 수건을 사용한다. 수건을 꺼내 수건걸이에 걸어두고 손 씻고 수건으로 닦는다. "자기 수건을 어떻게 찾아요." 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바로 "자기 사진보고 찾아요."라고 말이다.       


  약이 있으면 약을 꺼내 냉장 보관인지 실온인지 확인하고 냉장이면 냉장고에 실온이면 실온에 보관한다. 점심 후 약인지 간식 후 약인지를 투약의뢰서에 확인하고 투약한 후에 투약보고서를 적어 부모님께 보낸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다른 아이는 약을 먹였는데 ....  다른반 교사의 아이의 약을 내가 먹였다고 담임교사에게 말도 했다. 그러기에 나는 더 당황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화 받고 난 후 잠시 멘붕상태다.‘약을 안 먹였다니 그것도 이틀씩이나, 약은 싱글이 건강에 중요한대 약을 안 먹이다니 어째'그 말만 혼자 계속 내뱉는다. 머리카락이 쭈빗쭈빗 서고 그것도 이틀씩이나 ‘왠일이야’ 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었다놓았다를 반복하다 용기 내어 전화를 걸었다. 


싱글이 어머님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라고 인사하신다. “싱글이 어머님 몸은 좀 어떻세요?” 라고 안부를 묻고 “제가 싱글이 약을 안 먹였지요. 죄송해요. 방금 원장님께서 투약의뢰서 제출하라는 전화를 받고 알았어요. 그것도 이틀씩이나요” 라고 사실대로 고백했다. 어머님께서 “선생님 목요일은 제가 투약의뢰서를 늦게 올려 못 보셨다보다. 라고 생각했어요.” “ 어제는 제가 늦게 올린 것이고, 오늘은 학기초라 너무 바쁘셨구나 라고 생각했어요”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어떻해, 학기 초에 약 안 먹여 불신을 쌓으면 어떻게 해, 송신향 말도 안돼' '신뢰를 쌓지 못하면 잦은 크레임에 1년 내내 힘든데 어쩌면 좋지. 회복 할 길이 있을까?’고민하며 전화 했다. ‘우리 어머님의 마음 넉넉함이 하늘을 두루마기 삼을 정도로 이해심이 높은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하며 감사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 저는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다. 

“아 ~ 그러셨어요. 그래도 약은 싱글이 건강에 아주 중요한 것인데 약을 안 먹이다니 혹 약 안 먹이면 전화 주세요.  제가 꼼꼼하게 잘 챙겨 먹이도록 할게요? 어머님 죄송해요.”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님께서 “네 그럴게요.”라고 하신다.  “어머님 약은 가방 어디에 두셨어요.”라고 물었다.  

    

 4~5년 전부터 가방이 바뀌었어요. 가방 지퍼를 열면 가방 안에 투명으로 된 지퍼가 또 있다. 가방 안에 투명으로 된 곳은 십자가 모양 표시가 되어 있어 부모님과 교사는 그곳에 약을 넣는 곳이라고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싱글이는 옛날 가방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 졸업생에게 물려 받은 가방이다. 옛날 가방에는 주머니가 따로 없어 가방안에 모두 다 넣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약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매일 하는 일인대도.....  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내가 더욱 더 속상한 이유는 변명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가방은 옛날 가방을 쓴다 하더라도 투약의뢰서를 작성하여 보낸 것이다. 교사가 투약의뢰서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변명조차 할 수 없다.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왜 그랬을까요? 


3월 학기초는 우는 영아들이 많았다. 우는 아이 달래며 급하게 가방을 정리하다보니 약이 있는지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약을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투약하지 않은 것이다. 굳이굳이 변명하자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약이 한쪽 구석에 있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어머님의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셨지만 교사로서 나는 부끄러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씩이나......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약을 안 먹이다니..... 나의 교사의 인생에 정말 부끄러운 오점을 남기게 되다니..... 창피하고 나를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좋고 아이들과 있으면 아이들 하는 행동이 좋아 피식피식 웃는다.  또 동화책을 읽어 주면 "다시"라는 말에 한권의 동화책을 10번 읽으며 "선생님 목 아파"라고 한다. 그러면 영아가 씩 웃으며 동화책을 또 읽어 달란다. 그러면 동화책을 읽고 읽는다. 그런 귀염둥이의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약을 놓친 것이다. 약 안 먹고 건강하다면 가장 좋은 일이지만 약을 먹여야 한다면 약 먹는 시간 맞춰 꼭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글쎄 그걸 놓쳤다는 말이다. 


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기에 어떻게 하면 약을 잘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약을 잘 먹이지만  바쁘거나 아이가 우는 다급한 상황에서 그걸 수 밖에 없어 나만의 해결책을 생각해 봤다. 


약을 먹이기 위한 나만의 철칙?. 

하루에 한번씩 투약의뢰서 꼼꼼하게 확인한다. 매일 잘 하다가 바쁜날 특별한 상황, 아이들이 울거나 아프면 나도 모르게 놓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그날그날 우리반 아이의 다급한 상황이 생기게 되면 힘들 수 있어 다른 안전 장치가 필요했다. 동료교사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선생님 싱글이 약을 이틀이나 못 먹었어요. 저도 투약의뢰서를 꼭 볼건데요. 선생님께서 선생님반 보실 때 우리 반도 한번 봐 주세요?”라고 부탁을 드렸다.  동료교사는 “네”라고 하신다. 두번째 안전 장치를 나름대로 해 두었다. 

금요일에 원장님께서 전화 하시고 투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후에 교사들 단톡방에 원장님께서 점심 시간에 투약의뢰서를 올리는 수고를 하고 계신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것은 나의 실수이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있기에 실수도 하고 실수를 통해 같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를 도와 줄 동료교사와 원장님이 계신다. 실수한 교사를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셔서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진 복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기쁨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길 소망하며 오늘 하루 어떤가요? 오늘 어때요? 라고 물으며  살아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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